이태훈 정치부 차장
그렇지만 세계 어느 나라나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는 국민의 뜻을 면밀하게 살핀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건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는 내각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느냐, 인재등용을 잘 하느냐에 따라 국론통합과 국가발전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구성한 내각을 정적(政敵)이나 반대파들로 모두 채웠다. 초대 내각의 장관 7명 중 4명은 공화당 내 경쟁자들이었고, 3명은 민주당 출신이었다. 특히 국무부 장관에 임명된 윌리엄 슈어드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링컨과 3차 결선투표까지 맞붙은 숙적이었지만 링컨의 삼고초려로 내각에 중용된 인물이다.
역사적 배경이 다른 미국의 정치 사례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한 달 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흔히 링컨 대통령의 초대 내각을 ‘탕평’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시각이 많지만 엄밀하게 보면 시대가 필요로 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등용된 드림팀 내각이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순항하는 듯 보였던 문재인 정부가 내각 인선 문턱에 걸려 국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현상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천명한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원칙을 파기했다는 논란 때문에 여야가 대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대통령이나 정권에서 자리를 주고 싶은 사람을 무리하게 임명하려다 검증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이나 탈세,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돼 논란을 벌이고, 경우에 따라 낙마하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부터 되풀이돼온 익숙한 장면이다.
대통령이 ‘인사수첩’을 토대로 측근이나 평소 안면이 있는 전문가를 참모로 쓰면 이심전심 효과로 국정 효율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면 내각이 대선 캠프와 별 차이가 없게 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기가 어렵다.
이태훈 정치부 차장 do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