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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의 오비추어리]갑부 보석상이 된 도굴꾼의 파란만장 인생

입력 | 2017-06-09 10:02:00

출처: 하레츠


브루나이 국왕, 아랍 부호,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을 고객으로 둔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보석상 슐로모 무사이에프가 2015년 7월 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그의 이름을 딴 최고급 귀금속 매장 무사이에프는 영국, 프랑스, 홍콩에 5곳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1000억 원(약 8000만 파운드)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 더선데이타임스는 2011년 그의 재산을 2억2000만 파운드(약 3200억 원)로 추산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 다이아몬드인 5.11캐럿짜리 무사이에프 레드도 갖고 있다.

유대인 랍비(유대교 사제)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노숙자, 시온주의(유대인국가 건설) 무장단체 단원, 영국군 병사, 보석상, 골동품 수집가 등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 실크로드 상인 가문 출신 도굴꾼

그는 1925년 7월 예루살렘의 보석상 레하비아 무사이에프의 아들로 태어났다. 무사이에프 가문은 중앙아시아 부카란(현 우즈베키스탄 부카란) 출신으로 12대째 보석상을 이어온 실크로드의 상인 집안이다. 그 선조들은 대대로 이슬람 국가 부카란왕국(1785~1920년) 일대에서 비단, 보석 등을 팔았다.

무사이에프와 이름이 같은 할아버지는 페르시아만에서 잠수부들에게 직접 천연 진주를 구입해 인도 상인들이 가져온 보석과 바꿨다. 상재(商才)가 매우 좋았다. 중앙아시아에 러시아가 침입하자 1888년 금 40상자를 들고 팔레스타인에 들어와 부카란 출신 유대인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정착했다.

아버지 레하비아는 매우 엄격한 원칙론자였다. 아들이 랍비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12세의 아들이 난독증으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며 학교 가기를 꺼리자 집에서 내쫓아 버렸다. 무사이에프는 유대교 회당, 버스, 길거리을 전전하며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예루살렘 북부 산헤드리아 마을에 들어가 목수 아래에서 일했다.

그는 산헤드리아 마을에서 고대 묘지로 사용되던 동굴에서 고대 동전을 발견했고 아르메니아 출신 상인에게 팔았다. 하지만 그의 절도 행각은 곧 들통이 났고 아랍인 경찰에게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무사이에프는 9개월의 실형을 받아 툴카름(요르단 북부) 소재 소년원에 보내졌다. 그는 유대인 출신이지만 소년원에서 아랍 청소년들 틈에서 코란을 배우며 아랍 문화를 익힐 수 있었다.

소년원에서 나온 뒤 그는 시온주의 무장단체에 합류했다. 이후 나치 독일에 저항하기 위해 영국군에 입대했다. 이집트 사막,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리보르노 등에 배치됐다. 그는 전선을 오갈 때 유대교 회당 등에서 고대 필사본, 랍비의 결혼 계약서 등 고대 문헌, 골동품 등을 구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뒤에는 다시 시온주의 무장단체에 들어갔다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 ‘오일 달러’로 갑부 보석상에 올라

1950년대 그는 예수살렘 도심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귀금속 가게에서 일하다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요르단에서 금, 골동품을 밀수해서 돈을 벌었다. 1954년 헤브루대에서 고대 동전 1000개와 골동품들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고 구금되기도 했다.

무사이에프는 1963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해 하이드파크 옆 힐튼호텔 1층에 귀금속 가게를 열었다. 1960년대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 달러가 넘쳤다. 중동 국왕, 귀족들은 금융도시 런던에서 사치품을 구입했다. 5성급 호텔에 입주한 무사이에프의 귀금속점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더군다나 무사이에프는 아랍어를 매우 잘했다. 중동 고객들은 신의 가호를 외치는 그를 신뢰했다. 또 유럽 고객들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아내가 맡았다. 보석 디자인은 무사이에프가 직접 책임졌다. 그는 다이아몬드, 천연진주뿐만 아니라 골동품 경매에서 사들인 보석을 토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보석 디자인을 해서 팔았다.

명사들에게 그의 가게가 알려졌다. 그의 고객은 사치로 유명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를 비롯해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이란 팔레비 왕의 누나 아슈라프 공주 등 글로벌 명사들이 대부분이었다.

● 보석으로 돈 벌어 골동품 수집

무사이에프는 성경, 고대 근동 지역과 관련된 유물을 대거 모은 대표적인 개인 수집가다. 고대 필사본, 도장, 개인 문서 등 6만 점 이상을 가지고 있다. 도굴꾼에서 시작된 고대 문화재와 관련된 관심은 평생동안 이어졌다. 그는 “할아버지도 고대 문화재를 모았다. 나는 성경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 유물, 도굴 문화재 구입 등과 관련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1990년대 무사이에프 소장품 중 일부가 고대 아시리아제국의 수도인 니네베(니느웨) 유적에서 도굴된 것이라며 그를 기소했다.

무사이에프는 “그들은 나를 문화재 도둑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 박물관들은 자신들이 직접 발굴한 것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귀금속 매장은 아내와 딸이 운영한다. 그의 수집품은 고고학계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성경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고대 자료로 확인하던 장인(匠人)이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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