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8월 런던 세계선수권 출전권 획득 난항
내부경쟁에 몰두하는 풍토, 인식 개선 절실
한국육상의 2017년은 우울하다. 8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2017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 출전권 획득에 난항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북 김천에서 끝난 제71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는 안타까운 현실을 입증한 무대였다.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0을 뛰어넘은 우상혁(서천군청)이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기준기록(2m30)을 충족시켜 대회 티켓을 얻었을 뿐, 나머지 종목은 전멸했다.
‘단거리 간판’ 김국영(광주광역시청)조차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보다 높아진 기준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 100m에서 한국기록(10초16)을 세운 그는 이번 대회 준결승을 10초24를 찍었지만 결승은 10초30으로 오히려 기록이 저조했다. 금메달에도 웃지 못한 까닭이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이달 말 강원도 정선에서 열릴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다. 여기서도 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하면 세계선수권 출전은 물거품이 된다.
사실 기초종목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유망주 발굴과 함께 철저한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방한한 세바스찬 코 IAAF 회장은 “육상이 풀뿌리 체육으로 자리하고 학생교육의 일부가 돼야 육상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재정지원에 세계적인 코치와 풍성한 인프라가 합쳐져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상인 스스로의 인식전환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육상은 내부경쟁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 국내대회에서의 우승이 올림픽 출전보다 중요시 되는 인상이 짙다. 전국체전 금메달에 안주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간절함도,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 한 육상인은 “자꾸 큰 물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쟁해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그저 ‘우물 안 개구리’로도 만족하는 후배들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국영도 “비록 리우올림픽에서의 도전은 아쉽게 끝났지만 쟁쟁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면서, 또 나란히 트랙을 달리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할지, 어떻게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깨우쳤다”고 지난해 올림픽을 회상했다.
더 이상의 제자리걸음은 곤란하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조차 따라잡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필요하다면 연금혜택 등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선수들의 기록단축, 그리고 이를 통한 꾸준한 국제대회 도전을 유도할 수 있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