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여종업원 송환-이산상봉 연계 시사

입력 | 2017-06-10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안 보내면 인도적 협력 없다” 으름장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관계자가 8일 “(탈북민) 13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인도주의적 협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먹구름이 끼었다. 북한의 이번 요구는 이산가족과 탈북민 송환 문제를 처음으로 연관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 당국자는 “조평통 일개 간부의 의견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북한이 탈북민 송환 요구를 쉽게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지목한 13명은 지난해 4월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 12명과 2011년 9월 한국에 입국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는 김련희 씨다. 북한은 중국 집단 탈북 당시 종업원 12명과 함께 온 남성 지배인의 송환은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가 한국으로 탈북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나머지 여성 종업원은 납치됐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평양에 거주하는 여성 종업원 가족들을 동원해 ‘납치된 딸을 돌려보내라’며 지속적으로 공세를 펴왔다.

그동안 북한의 공세에 우리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들이 언론에 나와 스스로 탈북했다는 점을 밝히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에 하나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누군가가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자신의 탈북 사실이 알려져 평양에 거주하는 딸 등 가족이 피해를 입게 되자 “나는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속아서 온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본인의 의사로 왔고,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저런 주장을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씨를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면 그가 남쪽에서 알게 된 수많은 탈북자의 신상 정보가 고스란히 북한에 넘어간다. 북한에 사는 탈북자 가족 수백 명이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