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1185명이다. 이 가운데 이미 절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746명이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생존자의 63%를 차지한다.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제 북한의 선의에 기댄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첫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이후 2015년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고작 20차례만 상봉이 성사됐다. 2015년 상봉 행사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에서 고위 당국자 간 ‘8·25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돼 이뤄졌다. 이처럼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좌우된 탓에 그동안 단 4186건(1만9930명), 이른바 ‘로또 상봉’이 이뤄졌다.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을 볼모로 남한의 지원을 얻어내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저한 감시 속에서 이뤄지는 상봉 방식이나, 다시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일회성 상봉 역시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극소수일 뿐이고 일제 해방기와 6·25전쟁 당시 월남한 450만 명, 국군 포로 및 북한군 포로, 납북자 및 탈북자까지 합치면 남북한 이산가족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벤트성 상봉 행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공론화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