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메리 비어드 지음·김지혜 옮김/720쪽·3만3000원·다른
카틸리나의 반란 행위를 규탄하는 로마 원로원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이탈리아 화가 체사레 마카리가 1888년 에그린작품이다.왼쪽에서있는사람이키케로,오른쪽구석에홀로앉은사람이카틸리나다.다른제공
비어드는 고대 라틴어를 전공한 영국인 여성 고전학자로, 로마사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발굴 현장을 누비는 연구자답게 방대한 문헌과 고고 자료를 인용하며 로마인의 삶을 복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영화나 소설을 보듯 역사 현장에서 관련 인물들의 움직임과 주변 정황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책의 서두를 열고 있는 ‘카틸리나 음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로마 공화정을 이끈 대정치가 키케로와 그의 숙적 카틸리나가 처한 상황과 이들의 선택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특히 일반적인 통사(通史)류가 그러하듯 로마 기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로 페이지를 열지 않고 카틸리나의 반란을 끌어들인 게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은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로 얼룩진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즉 ‘국가 안전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은 어디까지 침해될 수 있는가’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로마공화정 말기 일어난 카틸리나 사건은 이후 로마제정기 황제들에 의해 원로원의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점과 맞물려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