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스콧 앤더슨 지음·정태영 옮김/880쪽·4만 원·글항아리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제1차 세계대전 중 활약했던 영국의 첩보요원이다. 당시 서구 열강의 이권 다툼과 그에 따른 외교전, 첩보전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저자는 로렌스의 삶을 살핀다.
고고학자인 로렌스가 영국의 첩보요원이 되었던 시기는 영국이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려 했을 때다. 이 과정에서 영국이 이용한 것은 아랍 민족운동이었다. 중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로렌스는 이 일에 적임자였다.
저자는 로렌스의 극적인 인생을 보여주면서 현대 중동이 탄생하는 과정을 겹쳐놓는다. 출생부터 불행한 죽음까지 로렌스의 개인의 인생을 충실히 서술하면서 유럽의 제국주의 책략으로 인해 고통받게 된 중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학살, 테러, 종교분쟁, 독재정권 등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동의 상처의 연원을 헤아려볼 수 있는 책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