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자 몇 분으로부터 책면 기사의 표기 오류를 지적하는 e메일을 받았다. 회신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지적 내용을 웹 기사에 반영해 수정했다. 지면을 빌려 관심과 지적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식기와 재료와 조리도구의 청결에 무심한 요리사는 한 주방을 맡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음정을 정확히 짚지 못하는 가수가 무대에 오르지 말아야 하는 까닭과 비슷하다. 기자에게는 맞춤법 상식, 적절한 단어를 골라 쓸 수 있는 어휘력이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라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진 것 아닌지 크게 반성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믿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에 한 동년배 출판 관계자와 마주 앉아 긴 대화를 나누다가 그런 의혹이 일었다. 아니 그보다는, 2년쯤 전부터 품어온 의혹이 문득 또렷하게 윤곽을 찾아 도드라져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책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수많은 단어가 쉼 없이 쏟아져 흐르는 대화를 듣고 있어야 할 때 나는 쉽게 피로해진다. 쉼표 없는 대화에는 종종 무엇을 말하려는지가 잊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베스트셀러를 서점에서 훑으며 그런 피로를 느꼈다.
할 수 있는 건 아마, 닫아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다시는 열지 않는 것, 업무 외의 ‘단톡방’에 참여하지 않는 것. 그 정도일 거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 몫의 글감을 간신히 지켜낼 수 있을 테니.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