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화생명이글스의 2층 지붕 위에서 본 그라운드.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취객 한 명의 기행이 경기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1일 대전 삼성-한화전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사건은 3-4로 뒤진 삼성의 8회초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 조동찬의 타석 때 발생했다. 강광회 주심이 백스톱 뒤쪽의 관중석을 응시하자 이민호 3루심을 비롯한 나머지 3명의 심판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한 관중이 경기장 2층의 지붕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곡예를 펼치듯 기둥을 넘어 다니며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했고, 이 장면은 방송 중계화면에도 노출됐다.
알고 보니 해당 관중은 음주 상태로 파울볼을 잡기 위해 지붕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3층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다 카메라 부감대 뒤쪽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홈플레이트 뒤편의 지붕이라 눈에 잘 띄는 위치였다. 이를 발견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재빨리 뒤따라가 취객을 끌어내렸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인계했다. 이 해프닝에 경기가 2분간 중단됐다. 한화 구단관계자는 “지붕으로 올라가는 경로에 상시 인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캡쳐
2분의 시간은 홈팀 한화에 독이 됐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이승엽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권혁이 급격히 흔들렸다. 조동찬과 김정혁에게 연속 안타, 김헌곤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해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바뀐 투수 심수창이 그의 책임주자 3명을 모두 홈에 들여보내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결국 한화는 4-7로 졌다.
한편 이승엽은 이날 6회 2점홈런(10호)을 터트리며 1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장종훈(15시즌·1988~2002년), 양준혁(15시즌·1993~2007년), 박경완(14시즌·1994~2007년)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이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