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 산업부 차장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특별한 사연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100명에게 1년간 매일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 당첨된 소비자들에게는 “실수로 공지가 잘못 됐다”며 달랑 음료 쿠폰 1장만을 내줬다. A 씨도 당첨자 중 한 명이었다. A 씨는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법은 소비자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스타벅스코리아가 다크모카 프라프치노 가격(6300원)을 기준으로 나머지 364일 치인 229만3200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제야 스타벅스코리아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소송하지 않은 99명의 당첨자에게도 같은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주장대로 공지는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회사의 이름을 걸고 대중에게 공표된 이상 소비자와의 약속 관계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만약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부터 ‘약속대로’ 100명에게 1년 치 음료권을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다 합쳐 2억3000만 원 정도(그것도 판매 가격 기준으로)를 지출했겠지만 한국 시장에서 한 해 1조 원어치의 커피를 파는 회사치고는 그다지 크지 않은 비용이다.
2억3000만 원이면 평판이 추락할 일도, 소비자 신뢰를 잃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명백하지만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수했다”는 내용이 알려진다면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판단 착오는 스타벅스가 ‘고객 가치 제고’로 위기를 극복한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매출 감소로 침체에 빠졌던 2008년 2월, 당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슐츠는 미국 내 7100여 개의 모든 매장을 3시간 동안 휴점하고, 그 시간 동안 바리스타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법을 다시 가르쳤다. 6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감수한 결단이었다.
어쩌면 ‘작은 실수’나 ‘우연한 결과’를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시사점을 주는 사례들인 것은 분명하다. 스타벅스코리아뿐만 아니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와의 약속을 소홀히 하는 실수를 한다.
소비자를 신뢰 관계를 쌓아 나가는 성장의 동반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돈벌이 수단으로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업이 감당할 몫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 극대화라지만 그 목적을 근시안으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목적 달성이 어려워진다. 지속 성장의 전제조건은 소비자의 믿음을 얻는 것이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