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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집단적 나르시시즘’은 위험한 폭주 기관차

입력 | 2017-06-12 03:00:00


《 유대인과 비교하면 독일인들은 단순히 우월한 ‘인종(race)’일 뿐만 아니라 우월한 ‘종(species)’이었다.―옆집의 나르시시스트(제프리 클루거·문학동네·2016년) 》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우루과이 선수가 득점 후 두 손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경기 후 라커룸에선 선수단이 단체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시아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의 의미가 담긴 이 행동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적잖다. 몇 년 전 유행한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엔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이 인도인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자는 인종차별을 ‘집단적 나르시시즘’으로 정의한다. 자기애(自己愛)가 집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개인의 나르시시즘은 그와 관계를 맺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집단의 나르시시즘은 크기와 규모가 커지면서 적잖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전쟁과 독재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낳은 최악의 산물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히틀러의 독재가 통했던 배경에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폭군은 100t 기관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술자일 뿐이다. 여러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 기관차 역할을 하며, 이들은 너무나 쉽게 궤도를 이탈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뿜어낸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의 발현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영향도 받는다고 본다. 부모가 나만 바라보길 바라는 유아기의 욕구가 성인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너는 특별한 존재’라는 부모들의 왜곡된 자아관 주입도 자기애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나르시시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존감을 키우고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관건은 조절 능력이다. 이 책의 표지엔 거울이, 마지막 페이지엔 자기애 성격검사(NPI)가 실려 있다. 검사를 마친 뒤 스스로를 마주 보는 시간을 잠시 갖는 것도 괜찮을 법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