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책임” 사퇴 압박에 비서실장 등 2명 사임 일단 봉합 메르켈 “브렉시트 협상하자” 공세… “하드 브렉시트는 불가능” 전망도
이민자 차단 등 ‘하드 브렉시트’를 위한 조기 총선 승부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8일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것에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의 최측근인 닉 티머시와 피오나 필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 10일 사임했다. “메이가 총리직을 유지하려면 결정적 책임이 있는 두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는 보수당 일부 중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노인요양 지원 대상자 축소와 같은 공약 작성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총리는 총선 패배에도 “지금 영국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 확실성”이라며 총리직 유지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보수당 내부의 사퇴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10일 보수당 블로그 ‘보수당홈’(conservativehome)이 당원 15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9.5%(894명)가 ‘메이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보수당이 당장 총리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보수 성향의 일간 더 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6개월 후 총리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총리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또다시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기세가 오른 노동당에 정권을 내줄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일단 “협상을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는 밝혔지만 메이 정부가 추진해 온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관세동맹 탈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더 이상 하원에서 다수가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브렉시트는 죽었다”고 밝혔다. 보수당의 스코틀랜드 지부도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 개방적인 브렉시트를 추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326석) 이상을 노렸던 보수당은 지난 총선 대비 13석 적은 31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노동당은 30석이나 늘어난 262석을 확보하며 확실한 견제세력으로 부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