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강풀 웹툰 속 서울 강동구
11일 서울 강동구 강풀만화거리 초입의 벽화 ‘당신의 모든 순간’ 앞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강동구는 2013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시리즈 장면들을 성내2동과 천호동의 낡은 골목에 벽화로 재구성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풀 연재작 ‘브릿지’의 등장인물 박자기. 머리맡에 강동구 관내도를 두고 매일 꿈에서 예감하는 참사장면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두 살 때부터 강동구에 살았다는 강풀의 작품 대부분은 강동구의 곳곳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 웬만한 경찰서는 모두 강동경찰서다. 작품 ‘순정만화’의 배경은 고덕동이며, ‘이웃사람’에는 명일동의 건물과 골목이 간판만 바꿔 달고 등장한다.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많은 성내동과 암사동 좁은 골목은 각자 존재감을 드러내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강동구는 강풀이 인기를 얻자 2013년부터 성내2동과 천호3동에 ‘강풀만화거리’를 만들었다. 비좁은 골목과 20∼30년 된 주택이 대부분이던 성내2동은 2006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13년 주민참여형 주거환경관리사업지역으로 전환했다. 어떻게 동네를 바꿀 건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골목이라도 쾌적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를 반영해 벽화사업을 시작했다. 강풀도 홍보 차원에서 당시 연재를 준비하던 ‘마녀’의 배경을 성내동으로 설정했다. 2015년 작품 ‘무빙’의 주요 배경이 된 선사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를 주제로 한 벽화 52개가 만들어졌다.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처럼 공공예술을 가미해 재단장한 지역 중에는 거주민과 관광객이 갈등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강풀만화거리는 아직 관련 민원이 한 건도 없다. 강동구 벽화해설사 유시찬 씨(55)는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토박이인 이발사 김영오 씨(70)는 “칙칙하던 동네에 만화거리가 생기면서 생기가 돌고 주민도 자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강풀만화거리를 2월 문 연 ‘승룡이네 집’, 주꾸미 골목 같은 지역 명소와 연계해 투어코스를 선보였다. 투어 3일 전까지 강동구청 도시디자인과(02-3425-6130)로 신청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눈썰미 좋은 만화광이라면 여기뿐 아니라 강동구 어디를 가든 강풀 작품 속 ‘그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