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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살해 진범은 내연녀”

입력 | 2017-06-12 03:00:00

파견된 한국경찰 SNS서 단서 찾아… 현지경찰 수사결과 뒤집어
남자친구와 공모한 20대女 검거




한국 경찰이 필리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고 한인 피살사건의 진범을 잡았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 지역에서 발생한 교민 총기 피살사건의 진범인 내연녀 A 씨(20)와 A 씨의 남자친구 B 씨(34)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다른 공범 1명은 추적 중이다. 사건 직후 필리핀 경찰은 피해자의 이웃 2명을 범인으로 지목했었다.

세부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던 황모 씨(47)는 자신의 집에서 총기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필리핀 경찰은 이웃인 필리핀 남성 2명이 사건 전 황 씨의 가방을 훔쳤다며 이들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한 용의자 집에서 황 씨 것으로 추정되는 피 묻은 셔츠까지 발견됐다.

그러나 경찰청이 파견한 공동조사팀과 경찰 주재관, 코리안데스크는 용의자들의 진술과 살해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의심을 품었다. 피 묻은 셔츠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한 결과 혈흔은 황 씨 것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재수사에 돌입한 경찰 주재관은 사라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해 위치 추적을 하는 동시에 현지 교민들을 통해 피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확보했다. 이 SNS 계정에서 사건 당일 A 씨가 ‘집을 방문하겠다’며 보낸 메시지를 확인해 A 씨를 신문한 결과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마사지사인 A 씨는 내연관계이던 황 씨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가 발각돼 심하게 맞았다. 이후 A 씨는 남자친구인 B 씨와 살인을 모의했고 공범 C 씨가 소음기 달린 45구경 권총으로 황 씨를 살해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