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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승강기 스톱… 휴일 대낮 정전 날벼락

입력 | 2017-06-12 03:00:00

서울 서남부, 광명-시흥 대규모 정전




건물 밖으로 나가고… 어둠 속에서 식사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의 정전으로 쇼핑몰 안이 컴컴해지자 손님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다(위쪽 사진). 분식집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식사를 계속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11일 서울 구로 금천 관악구와 경기 광명 시흥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은 승강기에 갇히기도 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가 정전 발생 40분 후에야 발송돼 늑장 대응 논란이 일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정전은 이날 낮 12시 53분 광명시 영서변전소의 개폐장치로 추정되는 기기 고장으로 발생했다. 한전 측은 “이날 전력 예비율이 50%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돼 전기 사용 증가에 따른 과부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영서변전소 고장은 오후 1시 15분경 복구됐다.

그러나 영화관과 복합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민들의 피해는 컸다. 금천구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에서는 낮 12시 50분부터 1시간 동안 영화 상영이 중단돼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구로구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금천구 마리오아울렛에서도 시민들이 한동안 어둠 속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구로 지역에서는 신호등 200여 개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이 비상 투입됐다. 이날 서울소방본부에 96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230건,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180건 이상의 정전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에서는 운행하던 엘리베이터가 멈춰 승객들이 갇혔다. 정전이 복구된 후 마트 측이 자체적으로 승객들을 구조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씨(39·여)는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구조됐다”며 “결혼식도 기념사진 촬영이 지연됐고 축의금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정전으로 약 19만 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한전은 파악했다. 서울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건 2011년 9월 15일 전국적 ‘블랙아웃’ 이후 처음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정전 발생 3시간 반 만인 오후 4시 20분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정전의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다. 막심한 피해를 드린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시민과 영업장의 피해는 신속히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는 정전이 발생한 지 40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 반이 돼서야 시민들에게 발송됐다. 안전처 관계자는 “광명시에서 첫 요청이 와서 안전처 자체 판단으로 서울 3개 구까지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16분 대구 달서구 본동을 비롯한 7개 동에서 정전이 발생해 37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긴급 복구에 나선 한전은 오후 5시 32분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이건혁·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