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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참모들에 천군만마 된 ‘龍馬론’

입력 | 2017-06-12 03:00:00

“용마 나타났지만 마을 장정들이 한번씩 올라타자 지쳐 쓰러져”
지선스님, 6·10 항쟁 기념식 발언… 진보진영 과도한 기대의 위험 지적
문재인 대통령 “밥이 민주주의 돼야… 새로운 과제는 경제민주주의”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광야에서’를 제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 박영옥 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 이석규 열사의 형 이석주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이 10일 꺼내 든 ‘용마(龍馬)론’이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 화제다. 용마는 잘 달리는 훌륭한 말을 이른다.

지선 스님은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관계자 등 민주화 운동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6월 민주항쟁의 의미와 깨어 있는 시민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끝으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용마 이야기를 꺼냈다.

지선 스님은 “옛날 어느 한 고을에 용마가 나타났는데 온 고을의 힘깨나 쓴다는 장정들이 몰려와 모두 한 번씩 올라타 보는 바람에 용마가 지쳐 쓰러졌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억눌려 있던 많은 바람이 있겠지만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상황도 함께 헤아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선 스님의 발언은 시민들의 과도한 기대와 요구가 새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민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한 새 정부가 자칫 진보 진영의 개혁 요구만 수용한다면 갈등과 분열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 측면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큰 임무를 동시에 어깨에 짊어진 우리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줘 울림이 있었다”며 “사회 각계가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다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도 이해해줬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0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에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후퇴하는 일은 이제 없다”고 선언한 뒤 ‘경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민주주의’는 재벌개혁 등에 방점을 찍은 ‘경제민주화’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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