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시절 투표 바꿔치기 폭로한 ‘正義의 순경’
故 박재표 씨
1932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무렵 경찰에 투신해 24세이던 1956년 당시 전북 정읍군 소성(所聲)지서에서 순경으로 근무했다. 도의원 선거 당일인 8월 13일에는 소성투표소에서 경비 임무를 맡던 평범한 경찰이었다.
하지만 선거일 벌어진 사건은 고인의 인생을 뒤바꿨다. 선거 직후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동하던 중 고인은 ‘표 바꿔치기’, 즉 환표를 목격했다. 투표함을 호송하던 경찰관들이 당시 여당인 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한 표를 여당 후보 표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표 사실을 폭로한 고인에 대해 이틀 뒤인 31일 경찰은 체포령을 내렸다. 고인은 직무유기, 근무지이탈 혐의 등으로 전주시에서 체포됐다. 이후 환표사건은 ‘정읍 환표 날조 폭로사건’으로 경찰에 의해 조작됐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정읍지역 간부들은 배후 조종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고인의 부모형제 또한 경찰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당시 경찰과 농림부에서 근무하던 고인의 형제들은 강제로 근무지에서 파면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고인의 조카들 또한 학비를 조달하기 어려웠다. 고인과 형제들은 생활면에서도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를 가나 사상이 불온하다고 감시를 하는 통에 장사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으며 고초를 치렀다. 그러나 고인은 1959년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폭로 내용이 허위가 아니었음을 인정받았고, 1960년 4·19혁명 직후 경찰에 복직해 명예를 되찾았다.
1956년 8·13지방선거에서 자유당이 저지른 ‘환표(換票)사건’을 양심선언했다고 경찰에서 파면당한 박재표 전 동아일보 차장이 1960년 4·19혁명 후 복직했다는 본보 1960년 12월 4일자 기사.
유족으로는 아들 해진 씨(코레일네트웍스 근무), 용 씨(자영업), 옥 씨(자영업), 손녀 선영 씨(CBS PD), 현선 씨(삼성출판사 연구원) 등이 있다. 빈소는 충남 천안의료원, 발인은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천안추모공원. 041-570-7266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