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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의 첫 트로피… 잉글랜드,베네수엘라 1-0 눌러

입력 | 2017-06-12 03:00:00

U-20 월드컵 사상 첫 우승… FIFA 주관대회 51년 만의 정상
시위-경제난 신음 베네수엘라… 잘싸웠지만 후반 PK 실축 뼈아파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바르사 듀오’ 백승호, 이승우(이상 FC바르셀로나)를 빼고 이겨 보려 했던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 팀이었다.

잉글랜드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이 대회 첫 우승이자 FIFA 주관 대회 사상 51년 만의 우승이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성인 월드컵 때 우승한 적이 있고,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1993년의 3위가 종전 최고 성적이다.

잉글랜드는 대회 개막 전까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 예선을 3위로 통과한 잉글랜드는 당초 8강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3위를 한 1993년 이후 이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그동안 잉글랜드 내에서도 이 연령대 대표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조별리그 A조에서 무패(2승 1무), 1위로 16강에 오른 뒤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 대부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의 프로 팀 소속인 잉글랜드는 위력적인 역습에다 경기를 치를수록 짜임새를 갖춰가는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바꿔 놓았다.

준결승전까지 보이지 않던 BBC 취재진이 영국 현지에서 급히 날아와 결승전을 취재하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결승전 직전 선수단에 전보를 보내 “온 나라가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잉글랜드 출신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후배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트위터를 통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20세 이하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선수인 해리 케인(토트넘)은 트위터를 통해 “세계 챔피언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이뤄낸 20세 이하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넨다”고 말했다.이런 관심과 격려에 힘을 얻은 ‘리틀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는 이날 전반 35분에 터진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와 불안한 경제 사정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됐던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9년에 이어 이 대회에 2번째 출전한 베네수엘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오르는 이변을 보여줬다. 남미 예선을 3위로 통과했지만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하는 돌풍을 일으켰던 베네수엘라는 아직 성인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나라다. 라파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은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우승컵을 들고 귀국하고 싶었지만 못 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희망차게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후반 27분에 얻은 페널티킥을 넣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이번 대회 4골을 넣은 잉글랜드의 도미닉 솔랑케가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 수상자로 뽑혔다. 대회 득점왕은 5골을 넣은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오르솔리니가 차지했다. 앞서 열린 3위 결정전에서는 이탈리아가 우루과이를 꺾었다. 전후반 9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가 4-1로 이겼다.
 
수원=이종석 wing@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