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冠廷)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3)은 ‘스타 기부왕’이다. 순수 장학재단으로는 국내 최대인 1조 원대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서울대 역사상 개인 기부 최대금액인 600억 원을 도서관 건립비용으로 쾌척했다. 차남의 투병을 겪으면서 하도 속상한 일이 많아 병원 설립을 준비했다 기부로 방향을 튼 것이나, 이혼 위기까지 불사할 정도로 거액 기부를 강행한 그의 사연은 자서전 ‘정도(定道)’와 인터뷰를 통해 제법 알려졌다. 평소 “선(善)으로 악(惡)을 씻겠다” “버는 데는 천사처럼 못했어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겠다”는 말에서 인생에 대한 달관이 느껴진다.
▷이 회장이 최근 ‘마음의 병’을 크게 얻어 주변에 “세상이 그만 다 보기 싫다” 한탄했다 한다. 사이버 인격살인을 당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학 강사로 일하는 50대 이모 씨는 블로그에서 “가짜 기부천사”라고 이 회장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매일 일본 군가를 부른다” “일생을 공금 횡령으로 살았다” 등 허위 주장과 원색 비난도 쏟아냈다. 인재 육성에 사재를 기부한 선행의 주인공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나 블로그를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점에서 특히 악성이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 씨가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 판단을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이 씨는 사과는커녕 법정에서도 일관되게 오리발을 내밀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배심원 7명 중 5명이 이보다 높은 형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면서 형량이 정해졌다.
▷최근의 악플 경향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라는 점에서 야만적이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이를 도와준 여성에게도 ‘꽃뱀’이라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요즘에는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사이버 홍위병들의 ‘문자 폭탄’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디지털 테러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기생하는 독버섯이다.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악플러에게 관용은 있을 수 없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