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임명된 뒤 처음으로 5일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습니다.
정부 측은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민주당은 추미애 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전병헌 정무 수석 등이 참석 대상이었죠. 새 정부 들어 첫 고위급 회의이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어렵사리 인준된 이 총리가 참석하는 만큼 언론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바빠지는 건 사진기자의 몫입니다.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회의 시작 1시간여 전부터 기다려야 했습니다.
티타임하는 참석자들
5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티타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회의 시간인 오전 7시 30분이 다가오자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측 인사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총리도 일찍 도착해 참석자들과 티타임을 하며 회의를 기다렸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으레 나누는 덕담을 마쳤지만 회의는 열릴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참석자들이 스마트폰이나 시계를 만지는 횟수가 늘어났죠. 추 대표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귓속말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낙연 총리에 추미애 대표의 지각을 알려주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그러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다가와 이 총리에게 귓속말을 건넵니다. 이 총리의 얼굴에 잠시 어색한 표정이 흐르더군요. 그럼에도 정치인 답게 곧바로 밝은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전달된 메시지는 바로 추 대표가 늦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추미대 대표를 기다리며 시계를 처다보는 전병헌 수석.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또 시계보는 전수석
추미대 대표를 기다리며 시계를 처다보는 전병헌 수석.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전 수석은 시계를 보고 또 보며 추 대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기자도 마찬가지였죠.
기자들 사이에선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어…”라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원래 추 대표의 고질적인 지각은 기자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공식 일정마다 늦는 일이 많아서죠. 10여분 지각은 기본입니다. 당 의원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인터뷰를 이유로 추 대표의 참석이 늦어져 대표 없이 의원 총회를 시작한 적도 있습니다.
참다못한 사진기자들은 추 대표의 상습적인 지각에 항의하는 표시로 민주당 아침 회의 취재를 보이콧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고쳐지는 듯 했던 추 대표의 지각은 도로 아미타불이 된 분위기입니다.
도착한 추미애 대표
10여분이 늦게 도착해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들어서 인사하는 추미애 대표.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결국 추 대표는 15분 정도가 지나서야 느긋한 표정으로 등장했죠. 참석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서야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참석자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표현도 못한 듯 보였습니다. 기자들 역시 취재를 해야 하는 숙명이기에 한 번 더 참고 자리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