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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익 논란 속에서 자유와 반역을 노래하다! '페르소나5'

입력 | 2017-06-12 15:03:00


게임명: 페르소나5
개발사: 아틀라스
유통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2016년 9월15일 세가 사미 홀딩스를 통해 출시된 PS3, PS4용 RPG '페르소나5'는 여러 의미에도 화제였다. 아틀라스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게임이 됐지만 우익과 혐한 논란, 쉐어 기능 통제 및 동영상 업로드 규제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150만장이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연이은 악재로 인해 큰 논란을 야기했다. 특히 현재 게임 시장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스트리밍과 동영상 업로드 규제는 '개인의 자유권' 침해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며 큰 논쟁 요소가 됐다.

국내에서는 우익과 혐한 논란으로 인해 게임 출시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욱일기' 삽입과 '강남 스타일'로 유명한 국내 가수의 외형과 춤 등을 비꼬듯 따라 하는 괴이한 몬스터의 등장 등이었다. 아틀라스의 무거운 침묵 역시 논란을 가중 시켰다.

그래서 지난 6월8일 국내 정식 출시된 페르소나5는 그 어떤 게임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욱일기 디자인의 삭제가 이루어진 버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게임에 대한 곱지 못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전작으로부터 약 8년이 지나 출시된 이 게임은 자유와 반역을 주제로 '마음의 괴도단'이 된 주인공과 일행이 활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 그리고 전작 '캐서린'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 스타일 등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받았다.

우익 논란과 달리 이야기 전체적인 주제는 좌파로 불리는 진보 성향을 띄고 있다. 현재의 일본이 가진 다양한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억압된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이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게임 내 주요 이야기들은 대 부분 이런 문제를 비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게임 속 주인공 역시 비합리적인 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인물로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라는 점은 철저히 배척되고 조작된 언론과 공권력 등 어른의 처세로 인해 힘 없는 소년은 대중에게 고립된다. 어른들은 그를 손가락질 하기 바쁘고 주변 학생들도 그를 비아냥거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은 게이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삶, 타인의 삶, 크게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있다. 기존 시리즈들 역시 이런 성향이 있었지만 전면적인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게임의 이야기 전개나 주변 인물, 특히 어른으로 불리는 존재들은 매우 당연하듯 주인공과 일행, 그리고 어린 학생이나 여성 등 약자에 대해 무시하고 가볍게 대한다. 특히 어른들의 대사는 기득권 세력이 가진 고질적 문제가 무엇인지 적나라게 보여준다.

첫 번째 호불호 여부는 여기서 드러난다. 현실적인 사회적 문제를 초반 과하게 드러내면서 가볍게 게임을 접하고자 했던 게이머 입장에선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몰입은 위한 수단이었지만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필자 역시 초반 억울한 일을 당한 주인공을 매몰차게 대하는 '사쿠라 소지로'(찻집 르블랑의 주인)의 대사나 슈진 학원의 선생, 공권력의 경찰, 형사 등의 행동과 대사 등에서 불쾌함을 느꼈다. 이로 인한 피로도가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전작과 비슷하다. 하루하루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인물 간의 관계가 발생하고 페르소나 역시 발전,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대폭 늘었고 갈 수 있는 곳도 매우 다양해져 중, 후반부터는 정말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특히 커뮤니티 부분이 '코옵 시스템'으로 변화되면서 주변 인물들 간의 대화와 일상이 자신의 페르소나 및 전투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됐다. 랭크를 단계적으로 올리면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보상이 따라오며 이는 전투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득을 보는 방식 등으로 진화됐다.

이로 인해 주인공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매우 높아졌다. 5가지 능력을 고루 발전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후반부의 인물들과 급속으로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는 5가지 능력이 고루 3등급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방과 후와 밤 시간대를 열심히 활용해야 한다.

전투는 전작의 '심야TV'와 흡사한 구성이지만 무작위 방식의 던전이었던 방식이 아닌 고정 형태의 팰리스와 무작위 던전 구성의 메멘토스 등 2가지 방식으로 나눠 진행된다. 팰리시는 중심 주제의 던전이며, 메멘토스는 일종의 성장과 파밍을 위한 무작위 던전이라고 보면 된다.

팰리스는 부정부패를 일삼는 어른들의 추악한 단면을 독특한 장소로 묘사해주는 일종의 단면이다. 특정 루트와 층, 형태가 고정돼 있고 일종 조건이 아니면 적들이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완료 후에는 다시 입장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이와 반대로 메멘토스는 무작위로 변경되는 다층 구조의 던전이다. 특정 공간 이동 후에는 적들이 다시 등장하고 부수적으로 획득한 임무에 따라 특정 층에서 보스급 적을 만날 수 있다. 날씨나 여러 상황에 따라 보상이나 보물 상자 등이 바뀌게 된다.

던전에서 진행되는 전투는 기존 방식과 거의 흡사하다. 주인공들의 기본 능력치를 활용한 근거리 공격과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스킬 공격,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원거리 무기 공격 등을 통해 등장하는 적을 무력화 시키면 된다.

턴 방식이지만 페르소나 시리즈답게 예상치 못하는 변수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약점 공격이다. 적을 상대할 때 이 부분을 파악하면 매우 난이도 높은 전투도 쉽게 승리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파티 조합은 물론 주인공 캐릭터의 페르소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의 페르소나는 전투 상황에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속성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은 기존 시리즈들보다 훨씬 유해지고 편해진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전투 상황에서 모든 적이 다운되는 경우 '홀드 업' 상태가 된다. 이 때 총공격을 하거나 포위된 적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식의 커뮤니티가 추가됐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특히 적 페르소나들의 독특한 화법과 대화,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는 의외성부터 참신함까지 고루 느끼게 해준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그러나 전투 자체의 난이도는 절대 낮지 않으며 게임 난이도에 따라 다소 답답한 전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부분이 두 번째 호불호다. 턴 방식의 전투지만 자동 공격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렵고 패배 시에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하는 원 아웃 방식은 요즘 게임 치곤 난감하다.

난이도를 낮춰 'SAFETY'(세이프티)를 선택하면 무제한 되살아 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당장 그 위의 난이도만으로도 이런 경우를 자주 얻게 된다. 문제는 체크 포인트가 없다는 점이다. 도중에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강제 저장은 아니다.

때문에 일일이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저장하지 않으면 그냥 물 흘러가듯 플레이해 버리게 되고 그러다 전투 중 사망하면 언제 했는지 모르는 저장 포인트부터 다시 하게 된다. 이게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편의성이 증대한 요즘 게임들을 하다 이 일을 한 번 겪으면 정말 멘탈이 붕괴된다.

그리고 게임 내 주요 스킬 사용을 담당하는 SP에 대한 회복 요소가 최소 수준이기 때문에 반 강제로 던전에서 이탈해 현실로 와야 하는 부분도 단점이다. 물론 외부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초반에는 돈이 부족해 아이템 마련이 쉽지 않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마지막으로는 게임의 전반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이 세 번째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은 꽤나 참신하며 독특한 구석이 많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로딩 화면은 꽤나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장면 하나하나마다 등장하는 로딩은 중반부터는 짜증 나는 요소가 된다. 로딩 화면뿐만 아니라 스킵이 불가능한 통계 화면이나 특정 반복 장면 등은 가뜩이나 오랜 시간을 소요하는 페르소나5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된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물론 UI 등이나 디자인적인 장면은 유효하다. 이에 대한 호평부터 칭찬들을 커뮤니티나 검색만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시간 끌기는 패치가 이루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남는다.

이 외에도 엄폐 기능의 불편함이나 디자인적으로 시각적 불편함을 야기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벨벳룸의 UI 디자인), 그리고 일부 카메라 처리가 불편해서 이동 시에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구간 등도 꽤 많다는 점 등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장점도 확실하다. 1회차 만으로 80시간에 육박하는 플레이 시간은 현존 JRPG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잡아먹는 시간은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 수준은 적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매력적인 이야기 구성과 새롭게 디자인된 페르소나의 모습도 장점이다.

페르소나5 스크린샷(자료출처-게임동아)



귀를 즐겁게 하는 매력적인 사운드와 열연이 돋보이는 성우들의 연기, 그리고 사이사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도 듣고 즐길 꺼리다.

페르소나5는 장, 단점이 확실한 게임이다. 멋진 이야기와 스타일리시한 UI, 그리고 수준이 한층 오른 그래픽은 놓치기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익 논란이나 혐한 문제 등에 민감하다면 과감히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늘어지는 전개도 단점이다.

그래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 자체를 놓친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잘 짜여지고 멋들어진 페르소나5를 통해 정의 구현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채워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