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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수가 대학 이사장을 경찰에 고소한 사연은…

입력 | 2017-06-13 03:00:00

3년전 이사장 딸 연주회 관련 “내부 고발자로 시달렸다” 주장
연구실 무단침입 등으로 고소




현직 대학교수가 내부 고발자라는 누명을 썼다며 대학 재단 이사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사장이 교직원을 시켜 자신의 연구실을 무단 침입하고 개인 정보를 이용해 건조물침입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산의 사립 전문대 사회복지학과 A 교수는 최근 해운대경찰서에 이사장 B 씨를 비롯해 2명을 고소했다. A 교수는 12일 “더 이상 대학에 남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 방법(고소)이 억울함을 푸는 마지막인 것 같다”고 말했다.

A 교수가 설명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2014년 9월 B 이사장은 A 교수를 불러 “내 딸과 관련된 허위 제보를 언론사에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산실에서 교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당신이) 컴퓨터를 외부로 들고 나간 사실이 드러났다”며 당시 컴퓨터가 없어진 A 교수 연구실 사진을 꺼냈다. 교직원이 A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온 것이다. B 이사장의 딸은 수도권의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졌다.

A 교수는 “(그날) B 이사장은 다짜고짜 ‘언론사 2곳에서 연락이 왔다. 내 딸이 우리 대학에서 연주회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실적을 꾸몄다고 한다. 그런 허위 제보는 내부자 아니면 못 한다’라면서 나를 추궁했다”고 이날 말했다.

A 교수는 당시 추석 연휴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려고 집에 가져갔다고 항변했지만 B 이사장은 납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A 교수는 “연구실 컴퓨터가 자주 다운되고 접속도 느려 학교 전산실에 맡기는 것보다 집에서 빨리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들고 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3년이나 지나서 이사장을 고소한 이유에 대해 ‘악성’ 내부 고발자로 그동안 계속 몰려 괴로웠다고 했다.

A 교수는 “당시 경찰에 신고해 진실을 가리자고 했지만 이사장은 회피했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주변 교수들에게 ‘A 교수가 내 딸 문제를 언론에 제보했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동료 교수들이 ‘당신은 더 이상 보직을 맡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B 이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증거 자료로 경찰에 제출했고, 자신의 연구실에 동의 없이 들어가 사진을 찍은 교직원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B 이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컴퓨터를 학교에서 충분히 수리할 수 있는데 하필 그 시기에 무단 반출해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증거가 없어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았다”며 “그 후로 A 교수가 의심된다는 말을 하거나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직원에게 A 교수 연구소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라고 시킨 적도 없다. 사후 보고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도 “이사장의 지시는 없었고 CCTV에 찍힌 무단 반출 장면의 사실 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