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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논의 일단 국회 손에… 지지부진땐 靑이 주도할 가능성

입력 | 2017-06-13 03:00:00

개헌 시계 1년 앞으로… 정치권 개헌 약속 지켜질까





“지금 개헌 논의를 당장 하자는 사람들은 지금의 촛불에 군밤 구워 먹자는 식인 거죠. 대선 앞두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으니 규칙을 바꿔보자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당시 정치권 일각의 화두로 떠오른 개헌 논의를 이같이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2012년) 대선 때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었다”며 “(나는) 착한 개헌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 정부에서 개헌을 시행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과연 집권 1년 차에 ‘블랙홀’로 여겨져 온 개헌에 적극 나서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 국회 논의 지켜보는 靑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과 19일 연이어 개헌 관련 발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 광주 정신’을 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튿날에는 “저는 제 말에 대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내년 6월에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개헌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내년 6월 개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개헌보다 민생이 시급한 이슈”라고 밝혔다. 당분간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개헌 논의는 국회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 시절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당선 뒤 “국회가 국민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한다면 그걸 존중해 정부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물러섰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내 든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개헌을 약속한 점은 큰 차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개헌에서 다뤄질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라고 했다. 정무적 유·불리를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구제 개편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기득권 타파’와 맞닿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양당 기득권, 지역 기득권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며 “사표(死票)가 많은 소선거구제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 개혁의 시작이고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언제 문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직접 뛰어들 것이냐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 대통령’으로서의 성과를 내고 싶거나 자신이 예상한 방향대로 논의가 흐르지 않는다면 개헌의 주도권을 놓고 국회와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주장에 보수 진영에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개헌 의지 의심하는 野

야당은 문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국회에 맡겨둔 것 자체에 여러 복선이 깔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기본권과 선거제도 개편 등 다양하고 복잡한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여야 간 합의가 무산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다.

당장 선거구 조정조차 자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정치권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권력구조 개편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 행정부는 행정부의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반면에 입법부는 자신의 권한을 키우려는 과정에서 국가 권력 간 충돌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야권은 대선 때 나온 ‘임기단축론’ 카드로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2020년 동시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개헌 논의가 겉돌기 시작하면 정치권의 개헌 약속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개헌안 공고 기간(20일 이상)→국회 개헌안 의결(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6월 13일 국민투표(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등의 일정을 제대로 밟으려면 내년 2월 23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앞으로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987년 당시에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중심으로 부랴부랴 개헌을 했던 상황”이라며 “이번 개헌안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늦어도 1월까지는 개헌안을 확정한 뒤 공고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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