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56권 제출한 보좌관이 또 내놔 삼성이 獨에 송금한 2015년 9월분… 박근혜, 최순실 수뢰 개입 정황 담긴듯
국정농단 사건에서 핵심 증거가 됐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수첩이 추가로 검찰에 제출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추가 수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검찰이 새로 확보한 수첩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한국으로 송환되던 지난달 31일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 씨를 소환했다. 김 씨는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56권을 특수본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했던 인물이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17권을 제출한 뒤, 올해 1월에는 청와대 경내에 숨겨뒀던 수첩 39권을 마저 특검에 제출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꼼꼼히 적혀 있어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때도 중요한 자료로 쓰였다. 학자 출신인 안 전 수석은 늘 수첩을 갖고 다니며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거나 통화 중 들은 내용을 메모했다. 국정농단 관련자들은 수첩에 적힌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중 상당 부분이 최 씨를 비롯한 측근들의 민원이라 증언하고 있다. 또 안 전 수석은 이 수첩들을 근거로 “모든 일은 박 전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가로 제출받은 3차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가 삼성 등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수첩이 기록된 2015년 9월은 삼성전자가 최 씨 소유 독일 법인에 총 81만 유로를 송금한 때다. 검찰은 새로 확보한 수첩 7권을 분석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