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기영, KIA 정용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KIA에 올 시즌 31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두 투수가 최고의 효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데렐라 스토리. 주인공은 바로 임기영(24)과 정용운(27)이다.
사이드암투수 임기영은 ‘올해의 발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13일까지 12경기(선발 11경기)에 등판해 시즌 7승2패, 방어율 1.82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임기영은 경북고 출신으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지명 2라운드(18순위)에 호명돼 한화 유니폼을 입었을 정도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지난해까지 1군 무대에서 불펜에서만 41경기(57.1이닝)에 나서 2승3패, 1홀드, 방어율 5.34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시즌만 벌써 74.1이닝을 던졌다.
2014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송은범이 4년 34억원의 조건에 한화로 가면서, KIA가 보상선수로 입대(상무) 예정이었던 임기영을 지명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순간의 선택이 이 정도로 큰 복이 돼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화 시절 호리호리했던 체격은 상무 시절 몸무게를 8㎏ 가량 늘리면서 탄탄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공 자체에 힘이 붙었다. 여기에 마구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버렸다. 임기영은 2번째 완봉승(7일 한화전)을 올린 다음날인 8일 폐렴 증세로 입원했다. 쉬어간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현재로선 선발등판 1~2차례만 거르면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임기영이 빠지자 좌완 정용운(27)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1990년생으로 벌써 프로 9년차. 지난해까지 26경기(선발 5경기)에 나섰고, 올 시즌에도 8경기에 구원으로만 등판했지만 프로통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팀에 승리가 절실한 시점에 깜짝 2연승을 올렸다. 4일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생애 첫 승을 올리더니, 11일 넥센전에서는 7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또 다시 승리를 거뒀다. 7이닝과 107구는 2군에서조차 던져보지 못했던 기록. 4일엔 팀의 3연패를 끊었고, 11일엔 팀의 2연패를 제거했다. 특히 최근 KIA 마운드가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정용운의 인생투는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직구 구속은 시속 130㎞ 중후반에 불과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자신감 있게 섞어 던지며 KIA 마운드에 단비 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볼넷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이젠 “볼넷을 내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마음가짐을 달리하면서 오히려 더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FA 몸값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시대. 3100만원짜리 투수 임기영과 정용원의 역습에 프로야구가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다. 연봉은 성적순이 아니고, 성적 역시 연봉순이 아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