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청년이라 죄송’ 참가생들, 주니어사원들과 ‘호프 토크’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마련한 ‘호프 토크’ 참가자들이 맥주잔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취업준비생들과 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은 이날 밤늦도록 고민을 함께 나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대체 어떻게 모인 사람들이었을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올해 상반기(1∼6월) 모두 6번의 ‘도시락토크 2.0’을 진행했다. 입사 1∼3년차 주니어 사원 4, 5명이 취업준비생 10∼12명과 도시락을 먹으며 취업 준비 및 면접 노하우를 알려주는 청년드림센터만의 특화된 행사다.
○ 귀 쫑긋 세우게 한 ‘맞춤형 조언’
유주향 씨는 전북 익산에 있는 한 바이오벤처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의 허락을 얻고 호프 토크에 참여하려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또래들의 고민과 선배들의 조언이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왕복 6시간의 ‘출장’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었다. 홍평화 LG전자 해외영업팀 사원은 이날 처음 만난 유 씨에게 훌륭한 멘토가 돼 줬다. 홍 사원은 삼성에서 2년, CJ에서 1년을 다닌 뒤 LG에 신입으로 입사해 3년차가 됐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유 씨가 “지금은 인턴 연구원을 하고 있지만 호기심이 많아 다른 걸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홍 사원은 먼저 “난 삼성에서는 재무, CJ에서는 물류 영업을 했고, LG에서는 해외 영업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도전을 당부했다. “재무든 영업이든 결국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의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취업준비생 중 유일하게 이공계 전공자인 조병은 씨에게도 딱 맞는 멘토가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신정훈 현대모비스 구매기획팀 대리였다. 조 씨는 올여름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인데 기업이 인턴을 평가하는 기준을 궁금해했다.
신 대리는 “가장 중요한 건 엔지니어나 사무직이나 마찬가지다. 지원자와 업무, 지원자와 회사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정윤식 씨는 해외 영업에 관심을 보였다. 홍 사원은 “중국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른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 고민을 함께 나눈 사람들
취업준비생들은 이날 본인이 관심 있는 회사를 다니는 선배들을 찾아 수시로 자리를 바꿨다.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선배들도 ‘취업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놓인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연신 맥주잔을 기울였다.
손경철, 강신욱 씨는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다. 항상 둘이서 나누던 고민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취업준비생들과 얘기하다 보니 ‘힐링’이 됐다고 한다. 거기에다 2, 3년 전 똑같은 고민을 하던 선배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었다.
사범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손 씨는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본인의 전공에 한계를 느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손 씨는 “‘서류 광탈’을 할 때마다 내가 남들보다 스펙이 뒤처지는 게 아닌지 생각하고 그 스펙 중 하나가 전공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대리는 “출신 학교, 전공 같은 배경은 이미 고치기 힘든 요소다. 하지만 모든 지원자에게는 자기소개서라는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지원한 회사와 교집합을 많이 만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신현욱 씨도 이날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신 씨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면 미리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오늘 들은 얘기들을 친구들과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주혜 청년드림센터 인턴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4학년
오지영 청년드림센터 인턴 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