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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좋으면 이득, 싸우면 모두 손해… 한중일 3국 관계가 그렇죠”

입력 | 2017-06-14 03:00:00

일본 대표 학술 출판사 ‘이와나미 쇼텐’ 출판 총괄 바바 씨
14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동아시아 지식 교류’ 주제로 강연
“환경-포퓰리즘-격차-복지 등… 한중일 공통 문제 함께 연구해야”




바바 기미히코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양국 정책결정자의 합의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유엔 등에서 전시 여성 인권 문제로 다뤄져 야 한다는 견해가 일본 학계에 대두됐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에는 전혀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의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답을 내지 못한 테마, 즉 환경이나 포퓰리즘, 격차, 복지와 같은 공통의 문제를 함께 연구하는 게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학술 출판사인 ‘이와나미 쇼텐(巖波書店)’에서 편집국 부장(한국의 편집장이나 국장)으로 출판 전체를 총괄하는 바바 기미히코(馬場公彦·59) 씨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1913년 창업된 이와나미 쇼텐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식인들부터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와나미 문고’와 잡지 시소(思想), 세카이(世界) 등을 비롯해 3만3000종의 책을 냈다.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바바 씨는 동아시아 3국 간에 역사, 영토, 안보 문제가 얽혀 갈등이 심화하는 오늘날 연구자들의 역할에 관해 “객관적 관찰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입장에서) 함께 토론하는 연구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바 씨의 이 같은 주장은 그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1989년 이와나미 쇼텐에 입사해 시소와 세카이 편집부를 거쳐 학술·일반서 편집장을 지냈다. 와세다대에서 ‘전후 일본인의 중국상(像)’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책으로 출간된 논문은 2013년 중국에서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중국을 보는 일본인들의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1940년대 말 미군 점령기에 일본에서 중국과 국교를 맺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제기된 배경에는 일본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깔려 있었지요.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당시에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 권력에 대한 저항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바바 씨는 “중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1980년대 이전 일본인들의 중국상(像)에는 이처럼 일본인들의 자화상이 투영돼 있었다”고 했다. 근래 일본의 ‘혐한’ 기류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는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진 뒤 타인을 용인하는 폭과 여유가 좁아졌다”며 “그게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 대한 배외의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바 씨는 14일 오후 4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이와나미 쇼텐 100년과 동아시아 지식 교류’를 주제로 강연한다. 16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면 둘 다 이득이지만 싸우면 둘 다 손해’라는 중국 속담이 있지요. 1990년대 후반 이후 동아시아 출판계는 각국의 정치 경제적 발전에 따라 교류가 활발해지고 상호 의존이 강해졌습니다. 학술 교류의 확대는 3국 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봅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