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특파원이 전하는 이슬람과 테러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고 사흘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지난해 7월 6일 이집트 최초의 이슬람사원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에 카이로 시민들이 기도하러 몰려온 모습. 라마단은 이슬람력 에 따라 정하기에 달의 움직임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당겨지는데, 올해는 5월 27일 시작돼 6월 25일 끝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조동주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제가 살고 있는 중동에서는 지금 모든 이슬람 신도들이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일절 물과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을 보내고 있어요. 대략 해가 뜨는 오전 3시부터 해가 지는 오후 7시까지 16시간 동안은 물조차 마실 수 없는데, 6월 기온이 40∼50도에 달하는 중동에서는 더욱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 창시자 무함마드와 라마단
한국에 계신 여러분이 이슬람에 대해 보고 듣는 뉴스 대부분은 테러와 전쟁에 관련된 내용이겠지만, 제가 중동에 살면서 체감한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평화를 추구하는 생활종교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슬람을 믿는 신도가 대다수인 중동에서는 왜 매일같이 테러가 빗발치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왜 이들 가운데 극단주의자들이 서방 국가에서 테러를 저지르는 걸까요. 그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국가 정치체제와 강력하게 맞물리기 때문이에요.
이슬람은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로 갈리는데, 정치권력을 거머쥔 종파끼리 반목하면서 피의 보복이 잇따랐어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약 1400년 전인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누구를 삼을 것인가를 두고 시작돼요.
○ 숙적 수니파와 시아파
○ 평화를 해치는 테러조직 IS
여러분이 많이 들어본 중동의 테러조직 IS(Islamic State)는 이라크에서 종파 간 갈등으로 생겨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예요. 이라크는 시아파 인구가 수니파보다 많은데도 정치권력은 사담 후세인으로 대표되는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었어요. 1979년 대통령에 올라 시아파를 탄압하며 수니파 권력을 공고히 하던 후세인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퇴출돼요. 그러자 그동안 억눌렸던 시아파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눈엣가시였던 수니파를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일부 수니파 세력이 들고일어나 무장단체화한 것이 IS의 시초예요. 이후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혼란을 틈타 국가를 자칭할 만큼 세력을 확장했지요.
예언자 무함마드의 유일한 적통 후계임을 주장하는 IS는 테러가 이교도에 대한 응징이며 신의 뜻이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제가 만난 거의 모든 이슬람 신도는 IS 이야기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끔찍하게 여긴답니다. 요즘 궁지에 몰린 IS는 더 많은 테러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이슬람 신도는 머지않아 IS가 소멸돼 중동에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다니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이슬람은 폭력적’이라는 왜곡된 편견이 조금은 사라질 거라 기대하면서….
조동주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