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전경. 세계적인 건축가 르나 뒤마가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채광이 아름다운 건물로 디자인했다. 최근 레노베이션 후 재개관해 더욱 현대적인 내부를 자랑하게 됐다. 에르메스코리아 제공
왕복 10차로의 복잡한 도산대로에서 호림아트센터 방면 45길로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도산공원에서 나는 풀 냄새, 키가 훌쩍 큰 가로수, 조용한 거리. 산책하듯 걷다 보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황금빛 유리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건물은 2006년 에르메스가 파리, 뉴욕, 도쿄에 이어 4번째로 세운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다. 에르메스의 5대 회장인 장루이 뒤마의 부인, 고(故) 르나 뒤마가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이 건물은 빛과 유리의 조화로 은은한 황금빛을 낸다.
30cm 간격으로 세워진 이중 유리 벽면에 황금색 선의 섬세한 줄무늬가 실크 스크린 돼있는 외관은 서울 하늘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는 창 역할도 한다. 저녁에는 조명이 햇빛의 역할을 대신한다.
점포가 문을 열고 닫고 새 단장 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점포는 지역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한다. 일대의 지형을 바꿔 놓는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역할이 그랬다. 도산공원 앞 도산대로 45길의 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적한 카페골목은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지역으로 바뀌었다. 메종 지하의 전시공간은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떤 이에게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예술적인 건축물의 향연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비싼 물건만 파는, 그래서 딴 세상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모여 서울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들의 진화와 함께 서울의 청담동과 도산공원 앞은 미국 뉴욕의 5번가,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못지않은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로 계속해서 변모 중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