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든 과도한 응원으로 민폐를 끼치는 팬들이 있다.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BO리그 넥센-LG전 도중 한 LG 팬이 심판 판정에 욕설을 하다 퇴장을 당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응원의 자유, 타인의 권리 침해 말아야
KBO 규정에도 관람 방해 땐 퇴장 가능
입장권 뒷면에 계약해지 요건으로 명시
응원은 멋진 경기를 선사하는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각 구단은 좀더 화려하고 효율적인 응원을 위해 공식 응원단을 두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러나 응원에도 금지되는 방식이 있다. 골프와 테니스 경기 중에는 소리를 내면 안 된다. 농구, 배구, 축구에선 호루라기를 이용한 응원이 금지돼 있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어떨까? 야구는 상대적으로 응원이 자유롭다.
금지되는 응원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응원도 있다. 공식 응원석도 아닌 곳에서 도구를 이용하거나 지나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경우다. 이런 응원을 흔히 ‘민폐응원’이라고 한다. 민폐응원은 구단의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다른 관중들로부터 항의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민폐응원을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응원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경기를 조용히 즐기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공식 응원석 주변에 앉지 않는다. ‘응원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반면 함께 소리 지르고, 함께 율동하는 응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공식 응원석 주변에서 ‘응원할 권리’를 누린다. 이처럼 선호에 따라 좌석을 선택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공식 응원석도 아닌 곳에서 경기 내내 지나친 소음을 일으킨다거나 확성기나 호루라기 같은 응원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다. 이런 방식의 응원은 다른 사람들의 ‘응원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한다. 공식 응원석에서라면 허용될 수 있는 방식이지만, 그 외의 좌석에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허용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조용히 관전할 자유를 빼앗으면서까지 자신의 응원할 권리를 주장할 순 없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25일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KIA-SK전 도중 주심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퍼부은 관중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KBO리그 규정으로 퇴장 가능해
민폐응원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본인이 자제하는 것이다. 구단측에서도 경기 전에 설명도 하고 양해도 구하지만, 막상 경기에만 들어가면 스스로도 자제가 되지 않는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이처럼 자제가 되지 않은 경우 구단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뭐가 있을까?
질서유지권에 기초해 일부 구단에선 ‘관중 퇴장 내규’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먼저 관중이 직접 경기에 개입하는 경우 퇴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 중에 있는 타구를 잡는다거나,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거나, 물건을 던지는 경우 등이다. 나아가 경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진 않지만 경기운영에 방해가 되거나 타인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퇴장시킬 수 있다.
● 입장권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어
두 번째 방법은 관중과 구단 사이에 체결하는 입장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계약에는 구단과 관중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의무가 정해져 있다. 구단은 입장권을 구입한 관중이 해당 좌석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관중도 다른 관중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구장마다 입장권 뒷면에 그 내용을 적어놓고 있다. 대체로 경기 및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퇴장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음주소란 및 폭력행위, 지나친 소음, 고성방가, 욕설, 투척행위 등’이 열거돼 있다. 즉, 경기 자체의 진행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지나친 소음을 내는 경우에도 퇴장시킬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기 혼자만 살 수 없다. 누군가와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운명이다. 그것은 스포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응원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조용히 관전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