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33년 만에 카타르전 패배…수모의 연속
손흥민 팔 골절 악재까지…본선행 비상
충격, 공포, 그리고 경악.
한국-카타르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이 끝난 14일 새벽녘의 분위기가 이랬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때 ‘기적의 땅’으로 불리던 카타르 도하에서 전해진 축구국가대표팀의 2-3 패배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월드컵 본선행 좌절’의 가능성이 꺾여버린 희망만큼이나 높아졌다.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 들어 당한 3번째 패배. 솔직히 새삼스럽지도 않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이미 많은 ‘쇼크’를 경험해서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지난해 이맘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으로 대패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승승장구한 아시아 2차 예선과 달리 최종예선으로 접어들어서는 참사가 거듭됐다. 대표팀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0월 이란 원정에서의 0-1 패배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럭저럭 넘어갈 만했다. 그러나 갑갑하고 불편한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3월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사상 첫 중국 원정 패배에 더해 33년만의 카타르전 패배까지, ‘수모의 연속’이다.
승점을 확보한 경기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종예선 내내 안방에서도 거듭 실점했다. 심지어 3-0으로 앞서다가 2골을 내주고 허둥대기도 했다. 카타르 원정에선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우리는 내내 추격하는 입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아시아 경쟁국들과 달리 제자리걸음은커녕 뒷걸음질만 치는 한국축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