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헐거운 수비, 무딘 공격 카타르에 충격패
한계점 드러낸 슈틸리케 축구 더 이상은…
땜질처방 일관 골든타임 놓친 이위원장
“기술위서 슈틸리케 거취 결정 후 사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한계가 다시금 명확히 드러났다. “한 번만 더 믿어달라”던 그는 승점 3을 기대했던 경기에서 또 한 번 패장이 됐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는 이제 벼랑에 몰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이 불가피하다. 그의 영입을 주도하고, 몇 차례 교체 타이밍을 놓쳐 위기를 키운 꼴이 된 이용수(58)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면 현실적으로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이용수 위원장 퇴진’ 카드가 첫 단추가 돼야 할 형국이다. 15일 열릴 기술위원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 홍정호 결장-손흥민 부상, 그러나 변명할 수 없는 완패였다!
당초 출전할 예정이던 중앙수비수 홍정호(28·장쑤 쑤닝)는 경기 전날 찾아온 복통 때문에 카타르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반 중반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은 불의의 부상으로 교체됐다. 이런 돌발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카타르전 2-3 패배는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수비는 헐거웠고, 공격의 짜임새는 떨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3위 한국은 88위 카타르에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줬고, 좀처럼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최종예선 들어 단 1경기도 만족스러운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는 선수단 조기 소집과 ‘가상의 카타르’라는 이라크와의 평가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그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자진사퇴의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도 냉혹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카타르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2-3으로 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대한축구협회도 책임져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주목할 대목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만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하 참사’는 예고된 실패인지 모른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0-1 패배 직후는 물론 중국 원정에서 0-1로 지고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힘겹게 1-0으로 이긴 올 3월에도 사령탑 교체 기회가 있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임시처방’만 내렸다. 시리아전 직후가 마지막 골든타임이었지만, ‘현실적 대안 부재’라는 인식 하에 정해성 수석코치를 보강하는 선에서 봉합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