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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獨 함부르크의 품격을 높인 ‘엘프필하모니’

입력 | 2017-06-15 03:00:00


올해 초 독일 함부르크 엘베 강변에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가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자태를 드러냈다. 콘서트홀은 솟아오르는 파도 혹은 왕관 모양의 비대칭 유리 건물로 세계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최상의 음향을 자랑했다.

현존하는 세계 7대 콘서트홀에 뒤이어 8대 콘서트홀로 자리매김할 엘프필하모니는 버려진 창고 건축물을 개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엘프필하모니의 특별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프 필하모니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진짜 이유는 도시 건축물에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입혀 건축물뿐 아니라 도시의 ‘격(格)’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엘프필하모니는 온라인·모바일 관람객을 위한 새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00유로(약 60만 원)에 이르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클릭 한 번으로 콘서트홀 구석구석을 원하는 각도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문화예술은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도시에 심어줬다. 유럽에서 오래된 공장 도시의 버려진 공터나 창고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새 생명을 얻게 된 사례는 많다. 하지만 함부르크처럼 한 건축물이 도시의 격까지 끌어올린 사례는 처음이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는 한결같은 관심과 열정, 일종의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의 주류회사 ‘산토리’가 단순히 술을 파는 회사가 아닌 문화를 파는 회사로 인식될 수 있었던 이유는 1960년대 이후 문화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다. 산토리가 1986년 건립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산토리홀’은 지휘자 카라얀이 극찬한 세계 7대 콘서트홀 중 하나로 꼽힌다. 엘프필하모니가 재탄생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도 숙성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숙성을 거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그것을 담고 있는 기업이나 도시의 격을 달라지게 만든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kimjin@yuh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