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폭격으로 멈춰 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전시 중이다.
폭격으로 인해 기관차는 탈선한 채 그대로 멈췄다. 표면은 온통 총탄 자국이었고 바퀴와 철로는 부서지고 휘어졌다. 시간도 함께 멈췄다. 파주 장단역은 휴전 후 비무장지대(DMZ)가 되었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증기기관차 화통은 점점 검붉게 녹슬어 갔다. 길이 15m, 높이 4m, 무게 70t. 이 녹슨 쇳덩이는 이후 분단의 상징물이 되었다. 기관차에 자라던 한 그루 뽕나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건 강인한 생명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더러는 처연함으로 비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이 기관차 화통을 DMZ에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하기로 결정했고 2006년 11월 임진각으로 옮겨 보존 처리에 들어갔다. 가장 힘든 작업은 녹 제거였다. 녹 제거는 미세한 톱밥가루 등을 물 뿌리듯 분사해 녹을 떼어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분사의 힘이 너무 약하면 녹이 떨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강하면 기관차 표면이 손상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적절하게 분사 강도를 조절하는 것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녹을 제거하고도 녹이 슨 것처럼 색깔과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다. 세월의 흔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