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5일자 21면.
빈소는 썰렁했다. 조문객도 없이 근조(謹弔)기 1개와 조화 2개가 전부였다. 유족 5명은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는 아들의 죽음을 모르는 듯했다.
빈소 영정의 주인공은 농아인 임모 씨(65)였다. 그는 14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2층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다. 뛰어내리기 약 30분 전 임 씨가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만 대답 없이 남았다.
‘지금 자살 준비(하러) 가요…너무 미안해요….’
임 씨는 행복팀이 어려운 농아인을 모두 구제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4년여 동안 그가 건넨 돈은 약 2억 원.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말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금 1억7000만 원과 3000만 원 상당의 차량까지 김 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행복팀은 총책과 총괄대표 지역대표 등으로 구성된 다단계 사기 조직이었다. 올해 초 행복팀 총책 등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제야 임 씨는 같은 농아인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차마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 대신 4월경 행복팀을 수사하던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았다.
임 씨의 지인은 “그가 세상을 등지려 마음먹은 날이 아버지의 기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씨는 자신이 사기 피해를 당한 사연을 가족에게 털어놓았다. 가족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임 씨는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치매를 앓는 어머니 걱정을 계속했다.
2010년 시작된 행복팀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지금까지 약 500명. 피해액은 드러난 것만 280억 원에 달한다. 올 2월 총책 김모 씨(44) 등 피의자 36명이 검거됐다. 3월 관련 재판에서 총책을 제외한 간부들은 대부분 범행을 시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팀 사건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일부 행복팀 관계자들은 농아인을 대상으로 “경찰 조사는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팀 명칭도 바뀌었다. 경찰은 “대부분의 피해자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며 “임 씨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반복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