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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혼밥? 이젠 함께 먹는다

입력 | 2017-06-15 03:00:00



서울 종로구에 있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한현규 씨(35)는 일주일에 세 번은 점심식사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매주 월·수·금요일에 직장 동료 5명과 함께 먹는다. 당일 당번을 맡은 직원이 점심시간 10분 전에 인근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 5개를 한꺼번에 사 온다. 식사는 20분 내외에 끝이 난다. 한 씨는 “도시락으로 아낀 시간은 낮잠을 자거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밥’의 대표 메뉴라 여겨지는 편의점 도시락이 함께 먹는 식사 메뉴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 편의점 CU가 올해 1∼5월 도시락 구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체 도시락 구매자 중 2개 이상을 한꺼번에 산 비중이 46.7%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만 구매한 경우는 53.3%였다. 2012년엔 도시락을 하나만 사는 비중이 전체의 85.5%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

2개 이상의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하는 경우는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시내 25개 구별 도시락 구매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1인당 도시락 구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종로구(3.1개)였다. 중구(2.9개), 마포구(2.6개), 강남구(2.5개)가 뒤를 이었다.

이 지역들은 행정기관, 사무실,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이다. 강남구에서 광고회사에 다니는 최근민 씨(37·여)는 “팀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면서 회의를 할 수도 있어 종종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학가가 있는 서대문구(2.3개)도 1인당 도시락 구매량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주택가가 밀집한 도봉구(1.2개), 중랑구(1.3개)는 상대적으로 구매량이 적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심식사로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9.8%로 지난해(6.1%)보다 3.7%포인트 올랐다.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경우 평균 점심 값은 7050원이었던 반면에 편의점에서 해결할 경우 평균 4840원밖에 들지 않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2015년부터 2000원대 후반이었던 도시락을 3000원대 후반 이상으로 고급화했다. 그동안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으로 외면당했다면 반찬 수가 늘고 메뉴도 다양해지며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보다 168.3%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가 내놓은 도시락 메뉴가 화제가 되는 경우도 생겼다. 4월 GS25가 출시한 ‘유어스 완전크닭’ 도시락은 통닭다리 하나가 들어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3주 만에 한정수량 100만 개가 모두 팔렸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각광받게 됐다. 편의점 도시락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혼자서 어쩔 수 없을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벗은 것도 소비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