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는 작업자들의 장애물 확인과 신호 송수신 미흡에 따른 ‘인재’로 확인됐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15일 혐의가 무거운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7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신청된 골리앗크레인 기사인 김모 씨(53)는 사고 당시 타워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방과 주변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하고 신호수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채 크레인을 이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타워크레인 기사 박모 씨(41)는 골리앗크레인 신호수인 이모 씨(47)로부터 “붐대(본체에 달린 작업 팔)를 내리라”는 무전을 받고도 곧바로 붐대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에 있던 타워크레인 신호수 이모 씨(65)가 “마무리할 작업이 남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붐대를 내리지 않으려면 곧바로 골리앗크레인 기사 김 씨에게 무전으로 통보해 정지시켜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수 거제경찰서장은 “이번 사고는 작업자들이 장애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신호 소통에도 혼선이 있었으며 회사관리자들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사결과 발표장인 거제경찰서에서 거제지역 노동단체는 “크레인 사고는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삼성중공업 책임인데 왜 현장 작업자들을 구속하느냐”라며 항의했다.
5월 1일 오후 2시 52분경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 내 7안벽(조선소에서 배를 띄워놓고 작업하는 곳)에서 800t급 골리앗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인 붐대가 휴식 중이던 근로자들을 덮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