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기술위원회 무엇을 결정했나?
감독 선정기준 ‘국내파·亞최종예선 경험’
지도자 선정위원회, 이번엔 적용 어려워
역대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들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끝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1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후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58) 기술위원장의 동반 퇴진이 결정됐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 뒤 이날 논의된 여러 안건과 의견을 모두 취합해 협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당장 ‘급한 불’은 이란(홈·8월 31일)∼우즈베키스탄(원정·9월 5일)으로 이어질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10차전이다. 여기서 자력으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조 3위에도 기회는 주어지지만, 아시아 플레이오프(PO·10월)에 이어 북중미 4위와 대륙간 PO(11월)까지 치르는 희박한 확률 게임을 이겨내야 한다. 최종예선 8차전까지 한국은 4승1무3패(승점 13)로 3위 우즈벡(4승4패·승점 12)에 근소하게 앞선 2위에 올라있다.
유력 후보군의 윤곽도 나왔다. 차기 사령탑 선정 기준인 ▲국내 지도자 ▲월드컵 최종예선 경험 등을 고려하면 한국프로축구연맹 허정무(62) 부총재로 무게의 추가 기울고 있다. 또 차기 기술위원장으로는 김학범(57) 전 성남일화(성남FC)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위원들은 전부 사퇴하지 않고, 차기 기술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역할을 한다. 위원장과 위원들은 공동운명체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이 위원장이 직접 잔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이들의 최종 잔류 여부는 새 틀을 짜게 될 다음 기술위원장의 몫이지만,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대대적으로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축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기술위와 지도자선정위원회의 분리 운영이다. 과거부터 축구인들은 꾸준히 “기술위가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항상 영향을 받고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위원들 대부분이 역할 및 분야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배를 타다보니 축구발전을 위한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마련하더라도 막상 실행단계에서 완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내용이 지도자선정위원회의 신설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의 기술위 업무에서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 상시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없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마다 구성하는 시스템이다”고 설명했다. 역시 이날 기술위의 건의사항 중 하나로 협회에 전달된다. 다만 촉박한 시간을 고려할 때, 당장의 차기 감독 선임부터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