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전 감독-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4년 1순위 감독 영입 실패후 슈틸리케와 계약
리더십·전술 부재…亞최종예선서 밑천 다 드러나
어찌 보면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는지 모른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이용수(58) 기술위원장의 33개월 동행은 ‘새드 엔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을 직접 영입한 이 위원장은 15일 기술위원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자신 또한 물러났다.
시계를 돌려보자. 2014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새 사령탑 선임의 막중한 책임을 진 이 위원장은 그해 8월 7일 난데없이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네덜란드) 감독과의 협상과정을 ‘중간 브리핑’했다. 협상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한창 진행 중이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계약이 거의 성사된 것처럼 유난을 떨었지만, 결국 ‘1순위 영입 후보’였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은 결렬됐다.
그 뒤 여러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거론되다 결국 협회는 9월 슈틸리케 감독과 계약했다. 이 위원장과 협회의 아마추어적인 행정능력 탓에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부터 ‘차차순위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월드컵 본선 무대 경험이 전무한 ‘3류 감독’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약체들을 상대로 거둔 성적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들어서자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리더십 부재, 전략·전술 부족뿐 아니라 연이은 말실수로 신뢰를 잃었다. 그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과 올 3월, 2차례의 사령탑 교체시기를 놓치면서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 경질(슈틸리케 감독)과 자진사퇴(이용수 위원장)로 형식은 달랐지만, 15일 둘은 나란히 불명예 퇴진의 멍에를 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