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가뭄에 팔 걷은 기업들
혹독한 가뭄에 기업들도 농촌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수액 생산 후 남은 용수를 자사 차량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왼쪽 사진). 남양유업은 우유 운송차량에 물을 채워 가뭄으로 고생하는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각 업체 제공
15일 오후 뙤약볕이 내리쬐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가교1리. 바짝 말라붙은 논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15t짜리 살수차가 대여섯 번을 왕복하며 논에 물을 댔다. 이 차량은 인근에 생산공장이 있는 JW중외제약이 마련한 것이다.
최근 비가 오지 않고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자 기업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산을 들여 농가에 물을 대고, 가뭄 피해로 인한 농작물의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JW중외제약은 14일 자사의 충남 JW당진생산단지 인근 농가에 용수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내린 단비 덕분에 농가가 겨우 모내기를 마쳤지만 이번 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모두 말라죽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우유 운송차량을 활용해 피해 농가에 농업용수를 지원하고 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일대에서 우유를 운반하는 7∼15t짜리 탱크로리에 물을 실어 메마른 논에 뿌려주고 있다. 9, 10, 12일 사흘에 걸쳐 약 9917m²(약 3000평)의 마른 논을 적셨다.
남양유업의 물 지원은 창업주인 고 홍두영 회장 때부터 해오던 활동이다. 가뭄 때는 공장의 지하수를 나눠주고, 수해 때는 물을 퍼내는 활동을 해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7월까지는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세종시뿐만 아니라 지원 지역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가뭄으로 급등하는 물가에 유통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마트는 15일부터 21일까지 양파 감자 오징어 등 최근 가뭄 및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오른 신선식품 총 600t을 긴급 공수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밝혔다.
양파는 가뭄으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채소류 중 하나다. 재배면적이 지난해 보다 5∼10% 줄어든 데다 5월 가뭄으로 생육이 더뎌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가락시장의 양파(상품·1kg) 도매 시세는 지난해 6월 평균 679원이었으나 올해 6월 1098원으로 60%가량 뛰었다. 오징어도 마찬가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물오징어(중품·1kg) 도매가격은 지난해 평균 5503원에서 올해 9029원으로 64% 뛰었다.
해양수산부와 손잡고 원양산 오징어도 100여 t 공수해 내놨다. 국산 오징어보다 45% 저렴한 마리당 1870원에 판매한다. 최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감자와 무도 각각 100g당 248원, 개당 1000원에 선보인다. 민영선 이마트 신선담당 상무는 “신선식품의 경우 가장 1차적인 먹거리로 물가의 척도가 된다. 앞으로도 비축 물량 방출 및 대체 신선식품의 적극적인 공급을 통해 가계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