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北관료에 ‘거래의 기술’ 건네 로드먼, 트럼프와 함께 방송 인연… 비공식 대북 대화채널 가능성
방북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로드먼은 이날 북한 김일국 체육상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을 선물로 건넸다. 로드먼이 건넨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거의 유일한 미국인인 로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에 두 시즌 동안 출연한 인연으로 트럼프와도 가깝다. 김정은과 트럼프를 모두 잘 아는 그가 트럼프의 저서를 북한 측에 전달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많다.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사업을 어떻게 해왔고,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북한 방문은 미국 정부와 아무 상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로드먼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비공식 대화 채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드먼의 방문이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석방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도 ‘로드먼 역할론’에 힘을 실어준다. 로드먼은 13일 평양으로 들어가기 전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번 방북은 (북한의) 문을 열려는 것”이라며 “내 방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꽤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4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미국인의 북한 여행에 대한 비자를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