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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연꽃에서 생멸을 보다

입력 | 2017-06-16 03:00:00


이종승, ‘생멸(生滅)’ (2014년)

꽃은 사진에 취미를 붙이게 하는 좋은 소재다. 좋아하는 꽃, 의미를 부여할 만한 꽃을 찍다 보면 어느새 ‘나도 사진작가’라고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절기에 사진을 찍기 좋은 꽃은 연꽃이다. 연꽃으로 이름난 못에는 우산으로 써도 좋을 만큼 큰 연꽃잎이 가득하다. 날씨가 예년보다 더워 벌써 연꽃이 핀 연못도 있을 것이다. 연꽃은 대개 한여름에 피니 곧 연꽃 구경의 적기가 온다.

연꽃은 불교에서 부처 혹은 부처의 세계를 상징한다. 부처는 더럽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본성을 잃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유지하는 수행자를 오니(汚泥)에서 물들지 않고 꽃을 피우는 연꽃에 비유했다. 부처가 영산(靈山)에서 법통을 전할 제자를 가리기 위해 연 법회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자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들었다는 데서 유래한 염화미소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한다는 이심전심과 비슷한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연꽃이 촬영 소재로 좋은 이유는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를 사용해서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꽃은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전경은 광각렌즈, 화려한 꽃 묘사는 망원렌즈를 이용하면 된다. 게다가 꽃봉오리, 꽃이 피는 모습, 큰 꽃잎이 만드는 라인, 꽃이 지고 난 후의 모습 등등 연꽃은 많은 촬영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래서 연꽃으로 유명한 데는 연꽃이 한창일 때 그 모습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로 붐빈다. 거창한 카메라가 아니라도 연꽃의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에 장착된 카메라는 광각렌즈, 망원렌즈, 접사렌즈 기능을 갖고 있고 어두운 조건에서도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고감도를 지원하기에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은 전주 덕진공원 연못에서 초여름에 찍은 것이다. 생생히 살아 있는 잎 위로 떨어진 꽃잎이 시들어 변해가는 모습이 생멸(生滅)의 대비 혹은 윤회의 한 모습처럼 다가온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