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주거 지역의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주거지의 골목길 주차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주거지 주차공간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민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자동차 소유를 제한할 수도 없어 노후 주거지의 골목길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골목길에 빈틈없이 주차된 자동차는 동네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차 대 사람 간 교통사고 절반 이상이 골목길에서 일어난다. 주차공간을 놓고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 드물게는 살인과 같은 범죄의 원인이 된다. 골목길에 그어진 주차구획선을 벗어나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골목 깊숙이 위치한 주택에서 불이 났을 때,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제때 진입하지 못해 화재가 크게 번진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면도로 불법 주차로 인해 화재가 확대된 사례를 매년 통계로 집계하고 있기까지 하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우악스럽게 부수고 엎는 전면 철거 재개발로 시계를 되돌리자는 건 아니다. 저성장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장기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보존하고 개량하는 재생의 의미를 되살리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무엇보다도 주거지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재원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공약에서 내걸었던 ‘아파트단지 수준의 마을 주차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아직은 구체적인 해법이 안 보인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과 따로따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금은 우려스럽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주차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기대해 본다.
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