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논설위원
경제팀 비주류와 끈끈한 緣
기획재정부 1차관과 2차관에 각각 임명된 고형권과 김용진도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필리핀에 갔다가 3개월 만에 돌아온 고형권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필리핀에서 공무원 옷을 벗었을 것이다. 지역발전위원회 단장이라는 변방의 1급(관리관)을 잠시 하다가 공직을 떠난 김용진은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갔다가 1년 반 만에 2차관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라인인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꾸려진 이번 기재부 장차관 인사는 경제관료 역사에 ‘비주류의 반란’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마찬가지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변양균이 기획예산처 장관 때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었거나,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 시절 부하로 두었던 후배들이다. 창원대를 졸업하고 7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이정도와 한양대를 나온 홍남기도 비주류였지만 성실함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통영 출신인 변양균은 거제가 고향인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면서 친해졌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변양균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차관→장관→대통령정책실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대선 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장차관 인사들이 모여 ‘10년의 힘’을 조직해 대통령의 정책공약을 만들어낸 것도 그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변양균은 “여러 사람이 하도 부탁해 ‘10년의 힘’에 이름을 올려놨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문재인 정부 경제팀’ 조각(組閣)에 얼마나 간여했는지는 드러난 게 없지만 유독 변양균과 가까운 경제 관료가 많은 것을 오비이락이라 하기엔 석연찮다. 변양균을 둘러싼 인사 뒷담화가 관가에선 심심찮게 들린다.
완장 말고 정책으로 승부하라
노무현 청와대에서 변양균에 앞서 정책실장을 한 박봉흠은 “이들에겐 명문대 출신이 갖추지 못한 남다른 성실성은 물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비주류로서 지난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인사에서 물먹어 본 사람들이기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진이 관료사회에서 또 다른 패권주의나 완장 부대가 돼서는 곤란하다. 상고 졸업이 결코 ‘벼슬’이 될 수는 없는 지식사회다. 경제정책을 재정전문가에게 의존하고 거시경제나 세제, 금융을 도외시할 경우 견제와 균형을 갖춰야 하는 기재부가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제부터 이들이 내놓는 경제정책이 과거 서울대 출신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요란했던 박수 소리도 하루아침에 잠잠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