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콜래보레이션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이름을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소비 중입니다. 한마디로 아트 콜래보레이션이 대세인 것이죠.
아트 콜래보레이션란, 말 그대로 예술과의 협업, 예술을 활용한다는 마케팅 용어입니다. 판매에 예술을 활용하는 건 제품이 비싸게 느껴지고, 사치스럽고 호사스럽고 고급스러운 명품의 자리로 성큼 다가가게 하려는 전략이죠.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에 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예술을 활용한다는 것은 저작권료나 예술가의 명성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주로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긴 합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인 제가 이런 ‘수출 현장’에 뛰어든 지 벌써 5년이 돼갑니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 역량을 키우고 지원하는 코트라에 갤러리가 마련되고, 전시장 운영과 관련한 저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국 중소 · 중견기업들이 국제 무대에 나가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예술을 활용하는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코트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제 일이지요. 기업들이 예술과 소통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현장서 체득하고 그 가교로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리입니다. 그 결과 2015년 마침내 ‘아트 콜래보레이션 전시관’이라는 정식 명칭을 세우고, 당당히 사업부가 되어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에 예술을 알리고 적절한 작품과 예술가들의 활동을 매칭하며 상당히 많은 아트 콜래보레이션 제품들을 내놓았습니다.
대기업은 아니어도,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 기업들이 예술을 활용하여 제품을 고급스럽게 차별화하고 스토리를 담아 수출 시장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판매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을 활용하고 협업하여 기업의 브랜딩과 제품을 창의적으로 탄생시켜보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아트 콜래보레이션에 뜻과 의지를 가진 기업 1백50개를 공모, 선정하였답니다.
2017년 첫 전시는 명화와의 콜래보레이션 〈 명작명품 〉전입니다. 예술을 활용하겠다고 준비된 기업들에게 명화를 이용한 콜래보레이션을 제안했을 때 첫 반응은, 유명한 그림이니 그 그림들을 활용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겠냐며 불안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되면 그림 사용 저작료가 무료라는 정보에 기업들은 열광했습니다. 마침 제프 쿤스의 명화를 활용한 루이비통의 아트 콜래보레이션이 화제가 되어 명화 콜래보레이션에 대한 공감대도 쉽게 얻을 수 있었고요.
코메가의 ‘생들깨기름’과 ‘이삭 줍는 여인’의 콜래보레이션은 다양한 서양의 소스들이 함께 진열되는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의 낯선 생들깨기름을 어떻게 소비하게 할까 고민한 결과 이루어졌습니다. 들깨기름의 노란색과 잘 어울리고 세계 공통 언어처럼 통할 밀레의 그림으로 고급스럽고 친환경적인 느낌을 더해 눈길과 손길을 끌어들이는 협업을 시도한 것이니, 이 그림이 들어간 병과 비어 있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시길.
홈일렉코리아의 ‘무선 안마기’는 진동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명품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별이 빛나는 밤’을 선택하였습니다. 무선 안마기가 진동할 때 반 고흐의 회오리치는 붓질의 밤하늘이 흔들리는 아름다움을 떠올리기를 기대합니다.
‘명작으로 명품이 되다’를 주제로 한 〈 명작명품 〉전. 코트라 1층 아트 콜래보레이션 전시관, 6월 30일까지.
MDP의 ‘지방 분해기’와 ‘심장 박동기’의 경우는 대단히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의료 바이오 쪽이 아트 콜래보레이션의 불모지이기 때문이죠. 누가 봐도 기계인데, 한눈에 내 몸을 아름답게 해주는 기계라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제안에 서로 동의를 했고, 루브르미술관에 소장된 앵그르의 ‘물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를 선택하여 장식한 것입니다. 기계의 환상적인 재탄생이라 부르고 싶네요.
한국의 화장품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면서 이번 〈 명작명품 〉전에도 화장품 기업들이 많이 참여를 했습니다. ‘아쿠탑’은 자외선 차단을 강조하기 위해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을 선택했고, 럭셔리와 화려함을 강조하고 싶은 ‘아를린’은 금색이 만연한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차용하여 제품 포장에 금색을 가득 옮겼고, 정제된 순수한 아름다움을 채워주고 싶다는 ‘마린테크노’는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활용하여 세련되고 명시성이 높은 이미지를 얻었지요. ‘현대엔텍’은 자연과 환경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궁중의 병풍 속 이미지를 활용하여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자연 친화의 이미지를 강조했답니다.
1965년 이브 생 로랑이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활용했던 쇼는 이미 하나의 역사가 됐고요. 돌체앤가바나는 꾸준히 고전의 명화들을 응용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전시 개막일 인터넷에서 4만원에 구입한 명화 스커트를 입었는데, 모두들 명품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명화가 명품을 만든 또 하나의 재밌는 사례지요.
최근엔 루이비통이 최고의 현대 미술 작가 중 한 명인 제프 쿤스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명화 5점(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티치아노의 ‘마르스, 비너스와 큐피드’, 루벤스의 ‘호랑이 사냥’, 프라고나르의 ‘강아지와 함께 있는 소녀’,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으로 가방, 지갑, 스카프, 열쇠 고리 등 총 51개의 아이템을 구성해 이를 구입 시 원작자의 전기 그리고 초상화가 담긴 책자를 제공한다는 소식입니다. 예술품처럼 한정 생산으로 출시되었으니 이 또한 경매로 팔린다는 뉴스를 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트 콜래보레이션 제품이 왜 좋은가요? 라고 묻는다면 저의 답은 한결같아요.
“예쁘잖아요. 멋지잖아요. 재미있고요. 물론 아름다워요.”
제품의 성능이 포장의 전달력으로 둔갑하여 우리 지갑을 기쁘게 열게 하는 세상입니다.
한젬마‘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는 현재 코트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예술과 산업, 예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사진 박해윤 기자 REX 디자인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