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지공약, 재원 178조원 필요 지출확대 위해선 부담증가 불가피 국민적 합의 기초… 우선순위 조정 등 단계적 계획 세워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대선 과정에서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복지 공약에 대해 각 후보 모두 대동소이한 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신정부의 복지 확대에 대해 야당이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 특히 5개 정파로 나누어져 있는 현재 국회 상황에서는 복지 공약과 같은 선심성 정책은 오히려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된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복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지 지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민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복지 확대는 대규모 재원을 동반해야 한다. 기초연금 하나만 해도 향후 5년 동안 총 21조8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국정기획자문위가 확인했지만, 5세 이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 2조6000억 원, 출산수당에는 연 4800억 원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김영삼 정부 이후에 꾸준히 증가해 왔다. 최근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이 매년 0.5%포인트 내외로 증가한 결과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10% 선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2016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9.4%이고 사회보험료 부담을 포함하면 국민부담률은 26%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이 50% 내외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웨덴 등 고복지 국가들은 국가채무로 허덕일 것으로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정적으로 매우 높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 복지 국가들은 고성장기에 복지 지출도 동시에 확대했지만 우리나라는 복지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저성장기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고복지 국가 국민들이 이에 상응한 높은 조세 부담을 용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중심의 복지공동체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복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에 대한 국민 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일시적 불황 상태이기보다는 만성적 저성장 상태에 가깝다. 신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일정 의미가 있다 해도 퍼주기식 정부 지출 확대를 장기적으로 지속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중장기적인 국가 인프라의 확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국가채무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도입하면 매년 지불해야 하고 더욱이 인구 고령화 등으로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복지 지출을 국가채무로 조달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복지 지출이 확대되면 정부 재정이 부실해지고 복지병으로 나라가 망할 것같이 보는 시각도 옳지 않다. 가족의 부양기능이 약해지고 노령 실업 재해 등 사회적 위험이 증가하는 현실에서는 세금을 더 부담하더라도 복지가 현재보다 더 증진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정부는 복지 확대에 앞서 그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의무감에 사로잡히지 말고 가계와 기업의 부담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단계적 복지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에 상응하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민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국정기획자문위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