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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의 아메리카 견문록]‘트럼프 암살’ 시사하는 연극 무대에 트럼프 지지자 난입

입력 | 2017-06-18 17:46:00

“좌파는 우파에 대한 정치적 폭력 중단하라” 주장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좌우 문화 전쟁 가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내 ‘퍼블릭 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줄리어스 시저’의 주인공 시저 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배우(그레그 헨리)가 맡았다. 덥수룩한 금발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긴 빨간색 넥타이를 맨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처럼 이 연극에서도 시저는 살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등은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파에 의해 살해되는 것처럼 묘사됐다. 이 살해 장면에서 관객들의 큰 박수가 터진다”고 전했다. 이런 연극을 친(親)트럼프 또는 보수 세력이 좋아할 리 없다.

16일 공연 중 문제의 살해 장면 때 보수 단체 ‘레벨 미디어’(rebel media) 소속인 로라 루머(24)가 무대에 뛰어올라가 “너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당하기를 원하는 것이냐. 우파에 대한 좌파의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이런 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이런 공연을 만들고 즐기는) 당신 같은 사람들은 (급진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만큼 나쁘다”며 “좌파가 정치적 폭력을 이렇게 미화하기 때문에 공화당 스티브 스컬리스 연방하원의원 피격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루머는 곧 극장 보안요원들에 제압당해 무대에서 끌려 내려갔다. 이때 객석에 있던 한 젊은 남자가 “(이런 연극을 공연하는) 당신들은 모두 (독일의) 나치 같은 사람들이다. 스컬리스 의원이 흘린 피는 (결국) 당신들의 책임이다”라고 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로라 루머와 이 남자가 사전에 서로의 역할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고 보도했다. 루머는 침입죄와 소란 행위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곧바로 풀려났지만 지정된 날짜에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극장 측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우리 작품은 폭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며 “비(非)민주적인 방법(암살)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면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연극”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레벨 미디어’ 측은 “이 연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미화했을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저급한 살인-포르노 드라마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