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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개발협력, 청년 일자리 또 다른 해법

입력 | 2017-06-19 03:00:00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국국제개발협력학회장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위한 첫 번째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와 청년을 각각 44번, 33번 반복했다. 그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는 새 정부 국정과제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담긴 ‘청년 지역전문가 양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구에 잘 나타나 있다.

공적개발원조(ODA) 또는 국제개발협력으로 일컬어지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는 요즈음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다. 우선 개도국의 빈곤 해결과 인류의 복지 증진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는 일을 하면서 오지의 지역 개발이나 재난 현장의 재건복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험을 토대로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일할 수 있다.

최근 대학생들이 취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학술대회 등의 행사장은 텅텅 비거나 학생들이 동원되기 일쑤다. 하지만 ODA나 개발협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행사장은 자발적으로 오는 청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참여율이 저조할까 마음을 졸였던 주최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심지어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과 열정에 깜짝 놀란다.

문제는 이런 행사장이 아닌 개발협력의 현장을 보면 이들의 열정을 받아 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이다. 물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 개발협력에 대한 청년들의 열정을 북돋우고 기회의 장을 열어 주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KOICA의 ‘월드프렌즈코리아’는 많은 청년에게 봉사활동을 통해 개도국 현실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ODA 영프로페셔널(YP)’은 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제약으로 문 대통령이 공약에서 언급했던 ‘청년 지역전문가 양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단기에 그치거나 이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우리는 한 단체가 운영하는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단체는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일할 젊은이, 미래의 한인 사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수 개월간 현지어와 지역의 사업 환경 등에 대한 생생한 교육을 실시한다. 이렇게 양성된 젊은이가 이미 현지 기업 등에 취직해 미래의 한인 사업가로서의 경력을 쌓아 가고 있다.

물론 ODA를 담당하는 공적 부문과 민간 기업이 협업할 때 공공 자금의 사적 활용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원칙적으로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문제가 워낙 절박해 원칙 문제 때문에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보다는 민간 분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현 정부의 개발협력 공약 중 하나가 ‘원조 사업과 국내 기업의 연계 강화를 통한 개발협력사업 확대’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 부문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개발협력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국국제개발협력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