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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어느 기업의 ‘정규직 채용 투자’

입력 | 2017-06-19 03:00:00


허진석 산업부 차장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본사는 독특했다. 근무시간 중에도 이용이 가능한 피트니스클럽과 카페, 미용실, 네일아트 전문숍, 꽃집, 고급 레스토랑, 병원 등이 회사 안에 있었다. 유니폼과 셔츠를 맞춰주는 옷 가게와 업무 공간에 걸어둘 그림을 그리는 화가까지 두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이런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피트니스클럽 강사와 카페 직원, 미용사, 네일아티스트, 원예사, 요리사, 영양사, 홀 서빙 직원 등이 모두 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이 덕분에 고급 레스토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이 무료다. 미용실과 네일아트 전문숍에서는 시중가 10만 원대의 서비스를 재료비 2만 원 정도만 내고 이용한다.

바디프랜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2015년 10월 지금의 큰 사옥으로 이사했다. 다양한 복지시설도 처음으로 갖췄다. 이때 구내식당과 레스토랑, 카페·베이커리 운영 인력 30명, 피트니스클럽 운영 인력 10명 등 약 5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뽑았다.

바디프랜드는 왜 복지시설 인력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걸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슈인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07년 출범한 바디프랜드는 창업 초기부터 전 직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삼았다. 안마의자라는 당시로서는 낯선 제품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영업이나 배송 담당 직원, 콜센터 직원이 자주 바뀌어서는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규직 채용 원칙은 2014년 서울 강남구 뱅뱅사거리에 처음으로 작은 사옥을 가졌을 때 미화원과 경비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것으로 이어졌다.

현재 바디프랜드의 직원 약 1100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본사에서 일하는 약 500명은 물론이고 전국 110곳의 직영매장(전시장)과 콜센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도 모두가 그렇다.

모든 매장을 정규직 직원으로 운영함으로써 ‘낯선 제품’의 유통 가격이 흐려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이동환 부사장은 “한때 대리점 체제로 운영을 했는데, 대리점주의 사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애프터서비스도 일관되지 않아 금방 접었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성도 높아져 안마의자를 배송할 때 타사는 3, 4명이 움직이지만 바디프랜드는 2명이 해낸다고 덧붙였다.

복지시설 운영 인력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원칙과 관행 때문이지만 회사는 여전히 ‘전 직원 정규직 채용’이라는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 부사장은 “회사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직원 정규직 채용의 가장 큰 원동력은 성장세다. 2014년 1438억 원이던 바디프랜드 매출액은 2015년 2636억 원, 2016년 3665억 원으로 해가 바뀔 때마다 1000억 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30억 원으로 알려졌다.

바디프랜드같이 정규직 직원을 많이 갖춘 기업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문제는 지속성이다. 한국은 최근 ‘쿠팡맨 사태’도 겪고 있지 않나. 바디프랜드도 단순한 선의로 전 직원 정규직 채용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기업 성장 정책을 우선시하지 않는 일자리 추구 정책은 환상에 불과하다. 씨도 뿌리지 않고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중요하지만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허진석 산업부 차장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