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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이영준]기계를 닮아가는 대학에 영혼을 불어넣자

입력 | 2017-06-19 03:00:00


대학의 영혼 파커 J. 파머, 아서 자이언스 지음 마음친구·2017년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1세기 들어 인류 문명이 결정적 전환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눈앞에서 확인하는 사실이 됐다. 기계 문명으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문명 전환의 물결이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전환점에서 대학은 근본적 위기에 내몰려 있다. 대학의 위기를 지적하는 책도 많고 대안도 다양하다. 이 책은 기존 논의를 종합해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책이 주장하는 방법은 ‘통합교육’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통합교육은 인간의 전체성과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다.

기존의 대학 교육은 인간의 부분적 능력을 특화해 한 분야의 전문가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세분된 학문과 전공 교육, 특화된 각종 자격시험이 인간의 개성적 능력을 드러내는 증표인 양 여겨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분업과 전문화가 엄청난 효율을 가져온 건 사실이지만 인간성의 상실, 지속 불가능한 문명의 위기를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 인간은 외톨이처럼 무력하고 왜소한 존재가 됐다.

이 책은 대학이 학생을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몸과 마음을 통합하는 내면의 영혼을 존중하며 전체적 인간을 온전히 길러내는 것을 대학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통합교육은 자아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실질적 요소가 없는 죽은 이론을 거부한다. 그 대신 살아서 펄떡이는 공감의 자세와 자아 성찰을 강의실로 들여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전체가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상호 의존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관점에서 서로 다른 전공 영역이 하나의 강좌를 통해 결합된다.

학문적 탐구의 대상은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다. 연구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직접적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대상이어야 한다.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관계 맺음에 의해 발생하는 연구자 자신의 내면 변화에 주목한다. 그 내면의 변화가 바로 연구자의 탁월한 학문적 창의성을 발현하는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학생들. 동아일보DB

이 책은 기계와 경쟁하다가 기계를 닮은 모습으로 변질돼버린 대학에 영혼을 되찾아주려 한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의 스승으로 유명한 해리 루이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컴퓨터학과)는 “영혼을 잃어버린 건 학생이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는 대학”이라고 했다.

이 말은 한국의 대학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지난해 이화여대 학생들이 보여준 집단행동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대학을 뒤엎어버린 선언이었다. 그들은 대학다운 대학의 모습을 보여 달라며 절규했다.

이 책은 미국 대학의 대답이다. 하버드대를 포함한 미국 대학 상당수는 이미 이 책의 내용을 강의실에서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의 절규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응답해야 한다.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